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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 모음> 이동진의 '마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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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 모음> 이동진의 '마음' 외  

+ 마음

가슴에
늘 파도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말로 사랑한다 해도
처얼썩 밀려오는
웅장한 파도 소리처럼 느끼면 좋겠다

작은 손으로 살짝 잡아도
심벌즈가 쨍하고 울리듯
뜨겁게 그 손을 잡으면 좋겠다

먼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
수평선에 올라선 범선의 돛대처럼
고향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나는 가슴이
늘 그렇게
감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동진·시인, 1945-)


+ 마음

깃털처럼 가볍지만
때론
비위처럼 무겁단다.

시냇물처럼 즐겁지만
얼음처럼 차갑기도 해.

들꽃 향기에도
와르르 무너지지만
천둥 번개에도
꿈쩍하지 않아.

순한 양이다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가끔 나를 쩔쩔매게 하는 것.

알지?
조심조심
잘 다스려야 해.
(이혜영·아동문학가)


+ 마음의 눈만 뜬다면

이제사 나는 눈을 뜬다.
마음의 눈을 뜬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제까지 그 모습, 그대로의 만물이
그 실용적 이름에서 벗어나
저마다 총총한 별처럼 빛나서
새롭고 신기하고 오묘하기 그지없다.

무심히 보아오던 마당의 나무,
넘보듯 스치던 잔디의 풀
아니 발길에 차이는 조약돌 하나까지
한량없는 감동과 감격을 자아낸다.
(구상·시인, 1919-2004)


+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이태수·시인, 1947-)


+ 마음의 날개

내 육신에는 날개가 없어도
내 마음에는 날개가 있다.
세계 어디 안 가본 데가 없다.
텔레비전은 마음 여행의 길잡이가 되고
상상력이 길을 인도한다.
북극에도 가보고
남양(南洋)의 오지(奧地)에도 가보았다.
하여튼 내가 안 가본 곳이란 없다.
내 마음엔 날개가 있으니까.
(천상병·시인, 1930-1993)


+ 마음을 비우는 시

차창 밖으로 산과 하늘이
언덕과 길들이 지나가듯이
우리의 삶도 지나가는 것임을

길다란 기차는
연기를 뿜어대며 길게 말하지요

행복과 사랑
근심과 걱정
미움과 분노

다 지나가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라고
큰 소리로 기적을 울립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마음이 아늑하니

마음이 아늑하니
물 속이 훤히 보인다
물 속
빤질한 돌도 살아 빛난다

마음이 아늑하니
먼 산이 콧등까지 가깝다
먼 산
숲그늘 어리는 햇살도 다사롭다
(허형만·시인, 1945-)


+ 고요한 마음

흙탕물도 마음이 고요하면
거울이 된다

불의를 거부하는
냉정한 마음의 칼날도
거울이 된다

그러나 흙탕물에 돌을 던지면
성난 흙탕물은 소용돌이가 되고

함부로 쓰는 칼날은
피투성이가 된다
(강경호·시인, 1958-)


+ 마음

아침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수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곽재구·시인, 1954-)


+ 청소

휴지는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흩어진 우리 마음 주워서 어디에 버리나
거꾸로 누워 있는 세상 그 누가 청소하나

비 오다 그치고 나면 환한 세상 이룬다지만
가득 채운 쓰레기통도 비우면 그만이지만
마음에 담은 쓰레기는 누가 알고 청소할까
(정공량·시인, 1955-)


+ 마음을 가꾸세요

마음을 가꾸세요.
아름답게 아름답게
우리들 마음 밭에
고운 마음씨를 심어
하루하루 곱게 가꾸어 보세요.
하얀 수선화 같은 고운 마음이
활짝 피어날 겁니다.

얼마나 좋을까요?
아름다운 꽃은 보는 사람도 즐겁지만
꽃을 아름답게 가꾼 사람도 기쁘답니다.
어렵고 힘들고 짜증이 나도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과 함께라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지금
마음을 활짝 여세요.
그리고
고운 마음씨를 받으세요.
우리 모두
아름답게 아름답게
마음을 가꾸어 보세요.
마음은 가꾸기 나름이니까요.
(오광수·시인, 1953-)


+ 마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서

보이지 않는 마음이
참 힘이 세다는 걸 느낀다

마음이 훨훨 가벼운 날에는
하루를 사는 것이 소풍 같다

꽃잎에 바람 스치듯
하는 일도 술술 풀린다

마음이 축 가라앉은 날에는
하루살이가 꼭 징역살이다

하려는 일마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온 세상이 낯설고 두렵다

고까짓 마음 하나에
삶의 풍경이 이리도 달라진다면

앞으로 남은 세월에는
좋은 마음 하나 품고 살아야 하지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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