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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잠언시 모음> 임남규의 '자연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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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잠언시 모음> 임남규의 '자연인' 외

+ 자연인

산같이 감싸는 마음으로 살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살고
들판의 포근한 마음같이 살고
이렇게 살아가렵니다
사는 날에 있어서 나는 자연입니다
(임남규·시인, 1964-)


+ 불완전

더욱 분명히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아낌없이 바다 속에 던진다.

죽은 사자의 가슴에다
사막의 벌떼는 단 꿀을 치고,

가장 약한 해골은
승리의 허리춤에서 패자의 이름을 빛낸다.

모든 빛과 어둠은
모든 사랑과 미움은
그리고 친척과 또 원수까지도,
조각과 조각들을 서로 부딪치며
커다란 하나의 음악이 되어,
우리의 불완전을 오히려 아름답게
노래하여 준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날개

날기 위해선 양 날개가 있어야 하지
제아무리 크고 힘차도 한쪽으론 안되지
왜 그럴까?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우린 때로 이런 상식 잊어버리잖아
가끔 우리는 한쪽 날개만 키우려 애쓰잖아
성공, 부, 명예, 행복만을 추구하며
하늘을 사는 사람들
그 인생의 날개에 슬픔, 아픔, 고통, 불행이 함께 있는 건
아름다운 균형을 위해서
그분이 우리의 날개를 손질하시기 때문이지.
(조희선·시인)


+ 너무 아름다운 세상 

한 치 앞을 못 본다지만
가슴을 열면
우리 삶이 보입니다

눈을 열고
마음을 열면
각박한 세파에 가려 못 보았던
아름다운 세상이 보입니다

정말 그래요
시기와 증오와 탐욕이 가득하면
우리라는 아름다운 세상 볼 수 없습니다

우리 가슴을 열어요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정재삼·시인)


+ 마음의 부

마음의 부만이
사람을 부유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값싸게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다.
(한두섭)


+ 마음에 부치는 노래

세상이 거친 바다라도
그 위에 비치는 별이 떠 있느니라
까불리는 조각배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눈 떠 바라보기를 잊지 마라

역사가 썩어진 흙탕이라도
그 밑에 기름진 맛이 들었느니라
뒹구는 한 떨기 꽃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뿌리 박길 잊지 마라

인생이 가시밭이라도
그 속에 아늑한 구석이 있느니라
쫓겨가는 참새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사랑의 보금자리 짓기를 잊지 마라

삶이 봄 풀의 꿈이라도
그 끝에 맑은 구슬이 맺히느니라
지나가는 나비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영원의 향기 마시기를 잊지 마라
(함석헌·종교인이며 사회운동가, 1901-1989)


+ 물처럼 흐르라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해지지 않는다.

물은 한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법정·스님)


+ 하나밖에 없다

나무는 잘라도 나무로 있고
물은 잘라도 잘리지 않습니다.
산을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
물은 거슬러 오르지 않습니다.
길은 끝나는 데서 다시 시작되고
하늘은 넓은 공터가 아닙니다.
시간이 있다고 다시 오겠습니까.
밀물 썰물이 시간을 기다리겠습니까.
인생은 하나밖에 없고
나 또한 하나밖에 없습니다.
시간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천양희·시인, 1942-)


+ 장자의 두꺼비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장자가 일러주었다
두꺼비와 능구렁이를 보아라
알을 밴 두꺼비를 잡아먹은 능구렁이가
두꺼비의 독에 의해 죽고
오히려 죽은 두꺼비의 알은 깨어나
죽은 능구렁이 몸을 파먹고
두꺼비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두꺼비가 능구렁이에게 잡아먹히지만
실상은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와 같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권대웅·시인, 1962-)


+ 自序

심호흡하는 법을 최근에야 배웠다.
무조건 깊이, 많이 들이마시면 되는 줄
알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정한 심호홉은 숨을 다 내뱉는 데 있었다.
항아리도 마찬가지여서 자기를 비워낸 만큼
새로운 물을 채울 수 있다.
가득 채우려면 끝까지 다 비워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 몸이건, 항아리건
비우기나 채우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몸 자체, 항아리 그 자체이다.
몸은 튼튼해야 하고, 항아리는 단단해야 한다.
몸이 상한 줄 모르고, 항아리가 깨준 줄도 모르고
비우거나 채우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상한 몸은 고치고, 깨진 항아리는 때워야 한다.
오 년만에 금 간 항아리를 비워낸다.
난생 처음으로 심호흡을 한다.
(이문재·시인, 1959-)


+ 한 호흡의 여유

초보 조각가가 얼굴을 조각할 때는
요령이 있다고 합니다

코는 될수록 크게 하고
눈은 될수록 작게 새기는 겁니다

코는 처음에 크게 만들어놔야
나중에 작게 깎을 수 있고
눈은 처음에 작게 새겨 놔야
나중에 크게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반대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작게 새긴 코를 다시 늘릴 순 없고
크게 새긴 눈을 작게 고칠 순 없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조각할 땐
나중에 수정할 수 있도록
얼마간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일을 딱 부러지게 처리합니다
처음부터 Yes와 No를 확실하게 해둡니다
하지만 그렇게 선을 딱 그어놓으면
나중에 '아니다' 싶어도 바로잡기 힘들어집니다
(작자 미상)


+ 몸이 가는 길과 마음이 가는 길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집니다.

몸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사랑합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섭니다.
(작자 미상)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 가는 한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시인)


+ 내가 이제서야 깨달은 것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는 것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교실은
노인의 발치라는 것을

어렸을 때 여름날 밤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일생의 지주가 된다는 것을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을

돈으론 인간의 품격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들 때문이라는 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한 恨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다 정상에 서기를 원하고,
그리 살고 싶어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가는 과정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데,
진정한 삶은 늘 해답이 뻔한데, 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일까...
(필리핀 태생의 페페 신부가 불치병으로 삶을 정리하며 쓴 글)


+ 생명은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요시로 히로시)


+ 인생의 거울
 
세상에는 충실한 마음과 용감한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래서 당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사랑을 주면 당신 삶으로 사랑이 넘쳐흐르고
당신이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될 것이다
믿음을 가지면 수많은 마음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에 믿음을 보일 것이다

진실을 주면 당신의 선물을 친절히 받을 것이고
존경은 존경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달콤한 미소는 틀림없이
마침맞은 달콤한 미소를 발견할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동정하고 애도하면
당신은 다시 꽃을 받을 것이다
당신의 생각에서 생겨나 흩어진 씨앗들을
뿌리는 것이 비록 헛되어 보일지라도

삶이란 왕과 노예의 거울이기에
우리의 존재와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래서 당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매들린 브리지스·스페인계 미국 시인, 1844-1920)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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