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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에 관한 시 모음> 서정윤의 '축복'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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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에 관한 시 모음> 서정윤의 '축복' 외

+ 축복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이 있다는 것.

문득 그 끝에 선
흰 수염의 인자한 얼굴이
웃고 있다.
(서정윤·시인, 1957-)


+ 축복

밤하늘에 별들이
한낮의 태양이
나를 위하여 빛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길거리에 가로수들이
밤거리에 가로등이
나를 위하여 준비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지구가 온 우주가
나를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감격할 일인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이 세상 모든 일들이
나의 살아감을 위하여 준비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오늘 이 순간에도
내가 살아가는 것은
심장이 박동치는 생명의 힘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된 일인가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축복

우주는
신의 몸

네 죄는
삼라만상을
사랑하지 않은 죄

사랑을 넘어 차라리
이젠 미물조차 공경하므로

용서받으라
또한
축복을!
(김지하·시인, 1941-)


+ 축복

까치설날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내려준
신의 은총

헐벗은 착한
나무들에게
입혀준
눈부신 새하얀
설빔.
(우공 이문조·시인)


+ 축복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축복이다
존재하므로 보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절망도 없다
잠시의 불행과 적당한 고통 그리고 순간의 행복으로
너와 내가 살아간다
소리 없이 피고 지는 꽃을 보라
꽃 피기까지의 고통 그리고 질 때의 고통을 다 가지고 있다
그 작은 구피도 출산의 고통 죽을 때의 고통 모두 가지고 있다
모두가 내가 가진 불행보다 남의 불행이 작아 보일 뿐
내 행복보다 남의 행복이 커 보일 뿐
모든 것은 아프게 왔다 잠시 행복으로 살다 아프게 간다
그러나 커다란 축복은 존재하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그것
(송정숙·시인)


+ 축복
    
제가 만일 화가라면
해바라기 그리겠어요

그 높은 줄거리 아래
어린 나팔꽃도 그리겠어요

이윽고 두 줄기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떼어놓지
못하게 될 때

제가 만일 화가라면
신의 축복을 전하겠어요

화폭 가득
금가루 같은
수많은 꽃송이를 그리겠어요.
(정숙자·시인)


+ 축복의 노래

사랑의 이름으로 반지 만들고
영혼의 향기로 촛불 밝혔네
  
저 멀리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 하나
둘이 함께 바라보며 걸어가리라
  
오늘은 새 길을 떠나는 축복의 날
내딛는 발자국마다 햇살이 내리어
그대의 맑은 눈빛 이슬 맺혔네
  
둘이서 하나되어 행복의 문을 열면
비바람인들 어이 눈부시지 않으리
추위인들 어이 따스하지 않으리
  
아아 오늘은 아름다운 약속의 날
사랑의 이름으로 축복하리라
(문정희·시인, 1947-)


+ 축복의 소리
  
9월말까지는 덥다고
덥다고
아나운서들이 연일 목청을 높이지만
우리 집 섬돌 밑에선 가을이 온다
모과나무 밑에 몇 개 쌓아둔
돌 틈에서 가을이 온다
귀뚜라미 울음에 잠 깨어
창문을 열어 놓고
새벽하늘을 보며
시름 얹어 하늘로 보냈다
하늘에선 알았노라고
알았노라고
섬돌 가까이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라고 한다
축복의 소리 들려온다
한 시간을 들어도 싫지 않은
귀뚜라미 울음소리
섬돌 밑에서
축복의 소리로 들려온다
(김귀녀·시인, 강원도 양양 출생)


+ 겨울 축복
    
아모리 조고마한 아낙이어도
어머니라 부르면 무한 커지듯
눈이 내리면 겨울도 따뜻해라
눈 덮인 동네마을도 대지 같아라
도시 변두리도 고향 같아라

아아 이 축복 더 크게 받고싶어
눈 속에 얼굴 박고 따뜻이 울자
대지의 체온이 느껴지도록
어머니의 젖가슴이 느껴지도록
한 두 끼쯤 굶어 보자.
(유안진·시인, 1941-)


+ 아침 목욕

아침에 목욕을 하며
거품에 실어
전날의 기억을 보낸다

세상사로 채워지기 전에
빈손임을 확인하게 하니
목욕은 도이다

아침마다 목욕을 하여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은
내게 주어진 축복이다
(정진기·시인)


+ 축복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팔 다리 쭉 뻗고 기지개켜며
정상적인 몸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선잠 깨워 일 내보낼
자식이 있고
출근길 배웅하는 아내가 있는
다복한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일할 수 있는 직장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서
일 잘됨 위해 고민도 하고
느껴도 보고
생각도 하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에서
다독이고
보듬으면서
마음 서로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우러르는 스승이 있고
사랑하는 제자가 있어
위해 격려하며 살아갈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오보영·시인, 충북 옥천 출생)


+ 축복 받은 사람

아직도
날 낳아주신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에
행복해야 하고,

아직도
날 위해 음식 해 줄 수 있는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아직도
나의 안부 걱정하시는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에
든든함을 느끼고,

아직도
효도할 수 있는 기회 주신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에
항상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당신은
정녕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김점희·시인)


+ 이별의 축복

인생이 나에게 이렇게 조용히
헤어지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천천히 당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는 모습을 보며
당신 삶의 구석구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지금의 관계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당신은 모릅니다
내가 울고 있는 것도
당신은 모릅니다
사랑하면서 떠나간다는
유행가 속의 이별을
우리도 해야하겠습니다.
이런 이별이 처음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면서
떠날 수 있는 지금을
우리에게 임한 이별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없이 자주 머언 하늘을
보았던 까닭을 이제는 당신도
알 것입니다
우리는 또 다른 사랑과 만남을 위해
헤어져야 하겠습니다
함께했던 날들 정말 당신이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유한나·시인, 독일 거주)


+ 축복 받은 사람들

축복 받은 사람의 특징은
그들이 어디를 가든 항상 축복의 말을 한다는 것이네.
자네가 축복 받았다는 사실에 접하게 될 때,
다른 사람을 축복하거나 그들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그들의 아름다움과 진실함을 이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쉬워지는지 알면 놀랄 걸세.

축복 받은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을 축복하네.
그리고 사람들은 축복 받기를 원하네.
이 사실은 자네가 어디에 있든 자명한 일이네....

축복은 받은 사람들인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축복을 나누어 줄 수 있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지.
우리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니까.

내면에서 우리 이름을 부르고 우리를 축복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
어둠은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못하네.
사랑 받는 자로 부르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을 축복하는 단어들을 알게 하실 것이고
그들도 우리와 동일하게 축복 받는 존재임을 보여주실 걸세.
(헨리 나우웬)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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