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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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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에 관한 시 모음> 김광섭의 '나의 사랑하는 나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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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에 관한 시 모음> 김광섭의 '나의 사랑하는 나라' 외

+ 나의 사랑하는 나라

지상에 내가 사는 한 마을이 있으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이러라

세계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만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혀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디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나는 종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혀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연히 피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이어니
(김광섭·시인, 1905-1977)


+ 강보에 싸인 두 아들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윤봉길·독립운동가, 1908-1932)


+ 국토서시(國土序詩)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조태일·시인, 1941-1999)


+ 유월의 하늘과 산

유월의 하늘이
높고 푸른 것은

유월의 산과 들이
초록빛 숲 우거진 것은

6.25 한국전쟁 때
나라와 겨레 위해
목숨 바치신

국군용사들의
뜨거운 나라 사랑 정신이

지금도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래요.

빗발치는 적군 포탄이
불바다 이루어도

용감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옛 전우들을
생각하시는 할아버지

유월이 오면
오늘도 남몰래
눈물 흘리십니다.  
(진호섭·아동문학가, 1948-)


+ 딸아, 미안하다

딸아, 미안하다
오늘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무능한 나라의 치욕과
적국을 향한 분노로 소리 지르다 말고
나는 목젖을 떨며 깊이 울어야 한다
기실 나는 민족을 잘 모른다
그 민족의 주체가 남성인 것도 모른다
다만 오늘 네 앞에 꿇어 엎드려
울음 우는 것은
나의 외면과 나의 망각을 다시 꺼내놓고
사죄하는 것은
네 존엄과 네 인격을 전리품으로 가져간
일본군보다 더 깊게
나의 무지와 독선이 슬프기 때문이다.
심청을 팔고, 홍도를 팔고 살아난 아비와 오빠
기생과 놀며 풍류를 더하고
그녀들을 화류로 내던진 이 땅의 강물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결국 강압과 사기로 세계에도 유래 없는 성 노예 집단인
적국 군대의 종군 위안부로 보내진 내 딸아
민족보다도, 그 민족의 주체인 남성의 소유물이
상처를 입은 그 어떤 수치심보다도
내 딸의 존엄과 내 딸의 인격이 전리품으로 능욕당한
그 앞에 나는 무릎 꿇어 사죄한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딸아
(문정희·시인, 1947-)
*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 안국동 일본 대사관 앞에는 흰옷 입고 종군 위안부 여성들이 모인다.


+ 절대로 죽을 수 없는 일

짐승들을
하루에 5명이나 상대해야했다
우리나라에서만 20만 명이 넘었다
1992년 항의집회를 가진 후
8년 동안
147명이 이승을 떠났다

70여 년 지난 오늘
생존자는 87명이었다
그 할머니들마저
빨리 하직하기만을 기다리듯
일본은 귀를 막고 외면하고 있다
사과하라는 그 소리가
지상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관속에서라도
수요모임에 나오겠다는
절규가 들리지 않는지
온몸을 내려치는
얼음 눈발보다 더 절절하지 않는지
시간이 없다
저들의 매듭을 끊어주고
옥쇄에서 풀어줘야 한다

죽을 수 없는 일이 있으니
몸을 짓밟고 간 일이다
참회를 하지 않는 일이다
제가 하지 않았노라고
거짓말하는 일이다
저들이 죽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죽을 수 없는 일이다
(김종제·시인, 강원도 원주 출생)


+ 독도로 가는 여인

독도에서 살겠다고
독도로 떠나는 여인
편부경은
'독도 우체국*'
우체국장이다
우편번호 799-805
빨간 우체통에서 꺼낸 편지를
갈매기들에게 전하며 살겠다는
편부경
그녀는 햇살이 강한 여름날
일본 대사관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일인 데모를 하다 쓰러진
유관순이다
달랑 여행가방 하나 들고
독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자
독도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이
일제히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한다
독도는 그녀가 있어 행복하다                    
(이생진·시인, 1929-)


+ 동포는 고향입니다

이민 30년
언제나 타향이다.
고국이 그립고 고향이 그리우면
한인타운에서 동포를 만난다.
동포의 얼굴은 고향이다.
된장 고추장 김치 냄새가 나고
보고만 있어도 편안해 지는
고향의 부모 형제도 그 얼굴에 있다.
만나고 돌아온 날 밤 꿈에는
꼭 나비가 되어 고향 길을 다녀온다.  
(윤보라·재미 시인, 전남 완도 출생)


+ 어린 공화국(共和國)이여

식은 화산 밑바닥에서
희미하게 나부끼던 작은 불길
말발굽 구르는 땅 아래서
수은처럼 떨리던 샘물
인제는 모란같이 피어나라 어린 공화국이여

그늘에 감춰온 마음의 재산
우리들의 오래인 꿈 어린 공화국이여
음산한 `근대'의 장렬(葬列)에서 빼앗은 기적
역사의 귀동자 어린 공화국이여

오― 명예도 지위도 부귀도 다 싫소
오직 그대 가는 길 멍에 밑 즐거운 노역(勞役)에 얽매어 주오
빛나는 공화국이여 그러고 안심하소서
젊은이 어깨에 그대 얹히셨으니―

어린 공화국(共和國)
오― 우리들의 가슴에 차 오는 꽃봉오리여
저 대담한 새벽처럼 서슴지 말고
밤새워 기다리는 거리로 어서 다가오소서
(김기림·시인, 1908-?)


+ 유관순 누님

이화 학당의 학생이었으니
내게는 누님이 되오.

누님! 참으로 여자의 몸으로
용감하였소.

일제의 총칼 앞에서
되려 죽음을 택하셨으니

온 겨레가
한결같이 우러러보오.

이제는 독립 되었으니
저승에서도 눈을 감으세요.
(천상병·시인, 1930-1993)


+ 파고다 공원의 나무들

삼일문 들어서면
귀에 쩡―
바람결에 쏴아…
울려 퍼지는 만세 소리

쏴아 사라락…
쏴아 사라락…
―만세
―만세
―만세

아, 나무들이
파고다 공원의 나무들이
만세를 부르네요.

온몸을 떨며
태극도 선명한
나뭇잎, 깃발을 흔드네요.

서로가 다투어
금빛 햇살을 토해 내며
하늘 향해 외치는
파아란 목소리.

쏴아 사라락…
쏴아 사라락…
―만세
―만세
―만세

고개를 들면
성큼 다가와 안아 줄 듯
정다운 하늘
또 하나.

아스라이 들려오는
아, 그 날!
기미년의 만세 소리.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눈 감고 서면
나는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네.  
(김한룡·아동문학가)


+ 3월 1일의 하늘

유관순(柳寬順)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3월 하늘에 뜨거운 피 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大地)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터져 솟아나는,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을
피로써 뚫고 일어서는,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를레앙 쟌다르크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들이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 옷 입은 소녀의 불멸의 순수,
아, 그 생명혼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도 신(神)도 공주(公主)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
민족애의 순수 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3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3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박두진·시인, 1916-1998)


+ 독립의 붓

독립의 붓을 들어 그들이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그 뜻이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그 뜻
밤을 도와 살얼음이 강을 건너고
골짜기를 타고 험한 산맥을 넘고
집에서 집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민족의 대의를 전한 것은

일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일어나고
열 사람이 일어나고
천 사람 만 백성이 일어나
거센 바람 일으켜 방방곡곡에
성난 파도 일으켜 항구마다에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목메이게 한번 불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빼앗긴 문전옥답 짓밟힌 보리와 함께 일어나
빼앗긴 금수강산 쓰러진 나무와 함께 일어나
왜놈들 주재소를 들이치고 손가락 쇠스랑이 되어
왜놈들 가슴에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천만이 하나로 일어나
벙어리까지 입을 열고 일어나

우렁차게 한번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김남주·시인, 1946-1994)


+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
해야 솟아라 !
붉은 해야 솟아라 !
저 푸른 동해에서부터
이 세상 끝까지 해야 솟아라
태초에 하늘의 궁창이 열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이어받아
황토에서부터 망치 소리가
하늘과 땅을 진동시켜
복된 민족 되리라 종소리 울린 땅
오천 년 동방의 별 대한민국
빛나는 문화역사와
아름다운 금수강산 삼천리
맑은 물 샘솟아 쉼 없이 흐르나니
대한 비로봉일세라
이제 우리가 가꾸고 대동단결될 역사로
만대까지 물려줄 땅
지난 날 사상과 이념으로
둔화되었던 마음들도
화합으로 하나씩 녹여
나누고 뭉치자.
그리하여 하나 된 백의민족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고 준비하여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옛날처럼 우리함께 목놓아 부르자!
(최상고·시인)


+ 내 꿈을 밟으소서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연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윌리엄 버틀러 에이츠·아일랜드 낭만주의 시인, 1865-1939)
* 조국의 회생을 기원하며 쓴 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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