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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 관한 시 모음> 윤동주의 '내일은 없다' 외

도토리 조회 3,8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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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 관한 시 모음> 윤동주의 '내일은 없다' 외

+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윤동주·시인, 1917-1945)


+ 그 많던 내일은 다 어디 갔을까

그때도 그랬다
그때도 내일을 기다렸다
내일이 오면 오늘보다 조금은 다른
무엇이 다가오지 않을까
그렇게 그때도 기다렸다
그러나 내일은 언제나 만나지지 않았다
내일은 언제나 오늘이 되었고
오늘은 언제나
인내처럼 쓰고 상처처럼 아렸다
내일은 언제나 내일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오늘은 스스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일은 끝없이 내일이고
오늘은 텅 빈 꿈처럼 끔찍이도 허전하다
다 어디 갔을까
그 많던 내일은?
(홍영철·시인)


+ 내일은 내일로서 올 것이다 - 後記    

내일은 내일로서 올 것이다.
내일은 올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므로.

내일은 먼 과거처럼 오늘 아직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내일이 되면 확실해질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사랑과 꽃이 필 것이므로.

내일은 내일의 사람이 태어날 것이므로.
(이정우·신부 시인, 1946-)


+ 내일  

나는 이렇게 내일을 맞으련다.
모든 것을 실패에게 주고,
비방은 원수에게,
사랑은 돌아오지 못하는 날들에게......

나의 잔에는
천년의 어제보다 명일(明日)의 하루를
넘치게 하라.

내일은 언제나 내게는 축제의 날,
꽃이 없으면 웃음을 들고 가더래도.......

내일,
오랜 역사보다도
내일만이 진정 우리가 피고 가는
풍성한 흙이 아니냐?
(김현승·시인, 1913-1975)


+ 내일

부르지 않아도
이미
와 있는 너

이승의 어느 끝엘 가면
네 모습
안 보일까

물 같은 그리움을
아직은 우리
아껴 써야 하리

내가 바람이면
끝도 없는 파도로
밀리는 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내일  

오늘의 바람도
자정을 넘으면
내일로 가댄다

겨울 숲은 언제나
눈부시게 부서질
가슴만을 만난다
(구재기·시인, 1950-)


+ 내일은 비 - 청개구리
  
<내일은 비>
오랜 가뭄 끝에
청개구리가 뽕나무를 올라간다
가장 믿음직한 소리로
<내일은 비>
스무 개의 알덩어리를
나무 밑에 묻어 놓고 근심하던 끝에
비 올 거라며 터뜨리는 울음소리
그 슬픈 소리가 이상하게도
믿음직하다

<내일은 비>
우산을 준비해야지
밤 아홉시 뉴스 시간에도 TV는
기상도를 그려가며 내일은 비라고 했지만
청개구리가 울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는 TV보다 청개구리를 믿는다

청개구리는 그 한마디를 위해 살고 있는
착한 시인
<내일은 비>
(이생진·시인, 1929-)


+ 내일에 가 닿고 싶네

차에 속도를 붙이고, 가속에 몸을 맡기며
현기증 나도록 달리고 싶었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일에 가 닿고 싶었네
미래라는 말에 떨림과 설렘으로
두근거린 적이 있었네
내 발이 가 닿을 수 있는 미지에 대해서도
작은 잎새처럼 흔들렸던 적이 있었네

앞만 보고 가다보니 돌아갈 곳을 생각하지 않아
속도가 늦춰지며 뒤돌아보게 되네
얼마나 더 가야 내 쉴 곳 찾을 수 있나
가다가 지쳐 쉬는 곳, 내 집
길 위에서 집은 그리움
이제 점점 집이 가까워지고
어떤 길도 집으로 흘러가는 것을......
아! 둥근 무덤, 꽃처럼 피어나네
뭉게뭉게 둥근 집들이 길 끝에 있네
(박지영·시인, )


+ 내일로 가는 버스

등받이가 없는 정류소 의자에
오랫동안 한 노인이 앉아 있다.
어두움이 먹물처럼 번지는 거리에
수많은 버스들이 도로를 빠져나간 후
등뼈가 구부정하게 휘어버린 그 노인.
그의 기다림은 언제 끝나는 걸까.
짙어가는 수묵빛 가로수들 사이로
마침내 막차가 도착하고
주름잡힌 허리를 펴며 노인이 희망처럼 계단을 오른다.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 도로를 향해
버스는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저 버스 속에는 휜 등이 기댈 안락의자 하나 놓여 있을까.
(김나영·시인, 경북 영천 출생)


+ 내일을 예약합니다

내일을 예약합니다.
저기 저 하늘과 같이
눈부시게 파란 내일을 예약합니다.
내일은 생각이 젊어져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정열이 살아나고
내일은 가슴이 건강해져서
진리를 위해 양심의 고동을 울릴 수 있고
내일은 마음을 활짝 열어
미움이 사라지고  더불어 사는 날이길,

내일을 예약합니다.
저기 저 아침해같이
타오르는 붉은 내일을 예약합니다.
내일은 생각이 요동쳐서
좌절했던 자리에서 도전하는 자리로 바뀌고
내일은 가슴이 뜨거워져서
사랑을 위해 진실의 고백을 나눌 수 있고
내일은 마음이 손을 잡고
시기와 질투가 없는 정스러운 날이길,

내일을 예약합니다.
남은 건
어제의 실패와 어려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흘린 진실한 땀과 소중한 노력으로
내일을 예약합니다.
(오광수·시인, 1953-)


+ 내일 또 내일

비 오는 날이면
눈물로 만든 빵을 먹자

사람들은 외로워서 길을 떠난다
새벽이 지나고 밤이 올 때
내가 먼저 용서를 청하자

은사시나무잎 사이로
별들도 외로워서 가끔씩 반짝인다

내일 지나면 또 내일
한 송이 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말자

선운사 동백꽃을 보고 온 밤에는
잠은 오지 않는다

외로움과 쓸쓸함도
흐르고 흐르면 뿌리를 내린다

오늘은 그대
상처의 뿌리가 되고 싶다
(권태원·시인, 1950-)


+ 내일은 비

오늘은 맑음
내일은 비
먼길을 가려면
늘 앞장서는 비

비온 끝 일터에 찾아오는 땡볕은
김해에서 진주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얼굴에 손등에 내리꽂히며
벌레가 다니는 듯 온몸을 가렵게 했다

밤이 와도 가실 줄 모르는 더위
내 몸 속의 그리움,
외로움과 함께 기어나와 밤새 괴롭히는 날
다음날은 늘 비가 왔다

내일은 비
그리고 휴식
오늘 짓무르게 힘 켜도
나는 태양을 달래면서 달리련다
(최범영·시인, 1958-)


+ 내일이 아쉬운 사랑

사랑을 아는 사람은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눈빛으로 알고 가슴으로 느낀다

만나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행복한 사랑인 것을
예전부터 알았다

사랑은 시간 속으로 흐르고
희미한 조명 아래 애틋한 눈빛이
가슴으로 스며들어 심장이 춤을 춘다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가고 아니 오는 덧없는 인생이
내일의 태양을 무슨 일로 기다리는가

오늘은 이대로만 있어달라
만나기 힘들 듯 헤어지긴 더 아픈 것
내일이 아쉬운 사랑.
(김용진·시인, 1939-)


+ 내일에게 주는 안부

어디 사는지
아직도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내일이란 이름에게
나는 안부를 보낸다
해마다 머리카락 하나 보여주지 않는
내일에게
내일이면 늦어 오늘 나는
일년치의 안부를 한꺼번에 날려보낸다
이번엔 머리꼭지라도 좀
드러내 보라고
내일 뒤 어디에 숨어있을 내일에게까지
두 손으로 안부를 불어 보내면서
안부가 가서 닿는 소재지를 알아내기 위해
망원렌즈 먼지를 닦아내고
뒤꿈치의 돌베개를 곧추 돋우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 내일에게
뜨거운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나의 노력을 알려주기 위해
하늘에다 들끝에다 바람귀에다
입을 대고
내일의 이름을 불러댄다
목청껏 목청껏 불러댄다
그러나 내일은 어딘가에 들어앉아
내 목소리를 묘사하며 웃고만 있겠지
내가 잠잘 때 그도 잠을
내가 죄로 배부를 때 그도 죄를
내가 거짓말로 속삭일 때 그도 거짓말을
흉내 내겠지
그런 내일을 사랑하는 나의 사랑이
진실임이 알려질 때까지
내가 내일의 사랑을
무식하게 신앙하는 환자임이 밝혀질 때까지
나는 주소불명의 내일에게
오늘 일년치의 안녕 안녕을
한 무더기 띄워 보낸다
그래, 그렇고 말고
내일이여, 안녕!
(김지향·시인, 1938-)


+ 내일 죽을 것처럼

사랑하겠다면 당신이 내일 죽을 것처럼 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제 마음 지도를 가지고 제 몸의 연락처, 제 영혼의 부표를 기억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걸 내어놓고 당신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다가, 뼈와 살과 피를 다 내어놓고 당신 사랑하다가 결국 내일이 오기 전에 죽고 말지라도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기어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끝없이 깊은 죽음이 가진 영원함으로 당신의 사랑과 사랑하는 당신을 완전히 사랑해 내겠습니다.
(김하인·시인, 196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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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사랑을 아는 사람은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눈빛으로 알고 가슴으로 느낀다

만나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행복한 사랑인 것을
예전부터 알았다

사랑은 시간 속으로 흐르고
희미한 조명 아래 애틋한 눈빛이
가슴으로 스며들어 심장이 춤을 춘다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가고 아니 오는 덧없는 인생이
내일의 태양을 무슨 일로 기다리는가


와닿네요^^

(2011.01.20 17:01:59)  
도토리
릴리 님, 감사 드려요. 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2011.01.21 01:53:48)  
꿈꾸는어린작가

윤동주 시인 시를 참 좋아하는데 ,,ㅋ 저 시를 제가 몰랐다니 ;흑 ㅎㅎ 너무 좋네요 도토리님 매일 고마워요 ~ㅎ 잘 읽고 있어요


(2011.01.25 0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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