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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시 모음> 법정 스님의 '다 행복하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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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시 모음> 법정 스님의 '다 행복하라' 외


+ 다 행복하라

며칠 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밀 때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지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법정·스님, 1932-2010)


+ 행복한 결핍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하나 내게 있으니
때로는 가슴 아린
그리움이 따습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주고 싶은 마음 다 못 주었으니
아직도 내게는
촛불 켜는 밤들이 남아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한
난초가 곁에 있으니
기다릴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내 안에 찾지 못한 길이 있으니
인생은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기 때문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내 안에 무엇이 또 자라난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홍수희·시인)


+ 행복

지리산에 오르는 자는 안다
천왕봉에 올라서는
천왕봉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천왕봉을 보려거든
제석봉이나 중봉에서만
또렷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매한가지여서
오늘도 나는 모든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
순해진 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행복해 하고 있다.
(허형만·시인, 1945-)


+ 행복을 파는 가게

사랑받기를 원하는가
사람아,
받고 싶은 사랑보다
한 3배쯤
남을 사랑하라.
사람아,

세상에는
행복을 파는 가게가 없다네
또 하나의 하늘을
창조하고
꿈의 성문을 열면
열대의 님프가 피워 올리는
이름 없는 꽃 한 송이

보이는 것은
모두 순간적인데
그러나 보이지 않은 것은
영원한 강물

신앙의 배를 띄우고
나 한 마리 백조

등을 밝히고
잃어버린 구름 한 방울
그 속에 눈뜨는
청자에 그런 새 한 마리
(황금찬·시인, 1918-)


+ 행복한 사람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시작을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정직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좋은 말을 전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성실하여 일이 좋은 사람은 행복합니다.
부모님이 귀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세상을 믿고 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합니다.
(정용철·시인)


+ 행복 찾기

친구가 선물해 준 네 잎 클로버!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
엄마는 세 잎 클로버를 내 손에 따 주셨죠.
세 잎 클로버는 하루의 행복이라고

햇살이 가득한 날에도 웃고요.
비가 내리는 날에도 나는 웃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종달새 종알대는 하루에게 말을 걸죠.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아요.
가슴을 활짝 펴고 세상을 바라보아요.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은 내 손 안에 있었네요. 
(채수아·시인)


+ 행복꽃 

함박꽃 앞에 있으면
함박꽃 되고

갈래꽃 앞에 있으면
갈래꽃 된다

함박꽃을 바라보면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고

갈래꽃을 바라보면
저절로 풍요함을 알게 한다

나팔꽃 앞에 있으면
언제나 행복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은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꽃잎도 활짝
(나명욱·시인, 1958-)


+ 행복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우러르면 우러러볼수록
빗장 푸는 하늘이 있고

모두가 내 것인
넉넉한 황금 들판이 있습니다.

귀를 열면 쏟아져 들어오는
영롱한 풀벌레 소리.

빈 바구니 가득 채우는
들꽃의 향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팔짱끼는 소녀도 있습니다.

언제나 내 곁에 머무는
빛나는 오늘이 있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홀한 내일이 있어

근심도 소중하고
가난도 오히려 사랑스러워지는

샘물처럼 차오르는
이 넘치는 행복.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손광세·시인, 1945-)


+ 감사와 행복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가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내가 행복한 까닭

그대와 함께하는 세상은
별도 달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대를 보면 내 가슴은 풍선
두둥실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은
꽃도 돈도 갖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를 보면 내 마음은 연꽃
새록새록 웃음꽃 피어납니다

아름다운 그대를 그리워하는 일은
언제나 눈물로 행복합니다

내 그리움이 그대 사랑이란 걸
너무 잘 아는 까닭입니다

오늘도 내 그리움 여울물 되어
그대의 바다에 사붓 안깁니다
(정문규·시인, 전남 화순 출생)


+ 행복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한용운·시인, 1879-194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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