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새글

04월 29일 (월)

안녕하세요

좋은글

목록

<젊음에 관한 시 모음> 천상병의 '젊음을 다오!' 외

도토리 조회 2,979 댓글 2
이전글
다음글



<젊음에 관한 시 모음> 천상병의 '젊음을 다오!' 외

+ 젊음을 다오!

나는 올해 환갑을 지냈으니
젊음을 다오라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도 모르게
젊음이 다 가버렸으니
어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내가 젊어서도
시인이 되겠지만
그러나 너무나 시일이 짧다.

다시 다오 청춘을!
그러면 나는 뛰리라.
마음껏 뛰리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젊음  

젊은이는 그 웃음 하나로도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꾼다.

헐렁한 바지 속에
알토란 두 개로 버티고 선 모습

그들은 목욕탕에서
장군처럼 당당하게 옷을 벗는다

달은 눈물 흘리는 밤의 여신
작약순은 뽀조롬히 땅을 뚫고 나오는데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달리아는 온몸으로 함빡 웃는다.

보라! 히말라야 정상도 발아래
젊음은 그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통째로 흥정을 할 수가 있지.

플라타너스 넓은 이파리 아래서도
그들의 꿈은 하늘을 덮고

젊음아! 너의 몸뚱인 황금과 바꿀 수 없는
그 꿈 하나로도 세상을 이기고
슬픔은 축구공처럼 저만큼 날리고
오늘밤 단돈 만원으로도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다.
랄랄랄 휘파람을 씽씽 불 수 있다.
(문병란·시인, 1935-)


+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사랑을 하리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아
잘랑잘랑 울리는 소리

너른 들로 가리라
잡초 파아란 들녘을
날개 저어 달리면
바람에 떨리는 방울 소리

방울 소리 커져서
마을을 울리고
산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고
빠알간 얼굴로 돌아누워도
잘랑잘랑잘랑
잘랑잘랑잘랑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고
사랑을 하리
사랑을 하리.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 젊음에 대한 기억

잘 닦인 구두코처럼 어둠이 반짝이고
싸아한 새벽 공기가 그 사이로 주춤거린다
행인 두엇은 발자욱 소리로 만도 벌써 머얼리 갔다
부웅부웅 머언 바다의 뱃고동 소리가
꽃대를 밀어낸다
지금은 이렇듯 꽃대를 밀어 올린다는 것이 드문 일로
때로 젊음은 무모하거나 난해하다
그 천리나 머언 것들을 모두 꺼내어
세례를 베푼다
오, 저런
아침이 벌써 목까지 차 올랐구나
어느 그리움이 이리도 찬란할까?
(김영천·시인, 1948-)


+ 젊음과 늙음 사이

빨리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젊음도 늙음도 아닌
이 어정쩡한 나이
사십은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이였다
지금까지 잘 버티어 왔던 세월 속에서
확 한 번 인생을 뒤바꿔도 보고 싶은 충동으로
괴롭고도 징그러웠던
그 동안 머물렀던 자리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만나고 싶은 나이
눌려있던 감정들의 억울함으로
무엇으로라도 폭발하고 싶은
땅 속에 묻혀있는 지뢰 같은
밟기만 하면 터지는
그러나 세상은 헛된 것이었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 속의 삶이었다
이제 묵묵하게
나와 곁의 사람들을 인정하고
시대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만 하는
목숨조차 구걸해야만 하는
죽기보다 싫지만 죽지 못해 사는 생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할 것인가
(나명욱·시인)


+ 젊음의 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다다 밀어라
땅에서 쏟아지는 바다다 밀어라
바다에서 쏟아지는 바다다 밀어라
무너지는 우리의 사랑을
무너지는 우리들의 나라를
무너지는 우리들의 세기를 삼키고도

너는 어제같이
일렁이고
퍼렇게 입을 벌려 삼키는 아침의 저 햇덩어리
퍼렇게 입을 벌려 삼키는 저 달덩어리
달덩어리

언제나 모두요 하나로
착한 자나 악한 자
우리들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꿈도 자랑도 슬픔도
파도 덮쳐
너의 품에 용해하는

다만
끝없이 일렁이는
끝없이 정렬하는 무한 넓이
무한 용량
푸르디푸른
너 천길 속의 의지
천길 속의 고요로다.
(박두진·시인, 1916-1998)


+ 위장된 젊음 - 염색

환갑을 넘은 나이에
구부리고 앉아
검은 빗질을 한다.

흰 것을 검다하고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세상이지만
아무리 그런다고
흰 것을 검게 하는
음모에 기꺼이 가담을 할까

흰 것을 경멸하고
검은 것을 숭배하는 세상에
은빛 추억을 외면하면서
지나온 삶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치밀하고 날렵한 솜씨로
빗질을 마친 후
주름진 얼굴로
거울 앞에  앉아 있다.

머지않아
뿌리부터 솟아 날
반역의 음모를 알면서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만은
이런 일에 가담하지
말아야 하리라.
(유응교·시인)


+ 젊음

젊음이란 인생의 한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력,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젊음이란 생명의 깊은 샘물에서 솟구치는 신선함을 말한다,
젊음이란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이십대의 청년보다 육십대의 사람이 더 젊음이 흔히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하여 누구나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영혼은 주름지게 못한다.
고뇌, 공포, 자신결핍은 기력을 쇠잔케 하고,
정신을 시들어 버리게 한다.

육십 세이든 십육 세이든 모든 사람이 존재하는 마음속에
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삶의 승부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그대와 나의 가슴속에는 무선통신소를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 그리고 무한한 공간과 사람으로부터 오는
힘의 교신을 받고 있는 한 그대는 젊은이다.

교감이 끊어져 그대의 영혼이 냉소주의라는 눈에 파묻히고,
비관주의 얼음에 갇힌 사람은 나이가 이십 세라도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그대의 교감이 이어져 낙관주의 전파를 수신하고 있는 한
그대는 팔십 세일지라도 젊게 살다 죽을 희망이 있다.
(사무엘 울만·미국 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별빛마녀
고맙습니다...
(2010.12.26 00:57:31)  
도토리

별빛마녀 님, 저도 감사 드려요.


(2010.12.27 16:05:38)  

뒤로 목록 로그인 PC버전 위로

© https://feel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