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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관한 시 모음> 정지용의 '호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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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관한 시 모음> 정지용의 '호수' 외

+ 호수  

얼굴 하나야
손바닥으로
포옥 가릴 수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만하니
두 눈을 꼬옥 감을 수밖에....
(정지용·시인, 1902-1950)


+ 호수

호수는
바다를 닮으려 한다
높고 넓은 하늘을 담고 구름을 띄우고…
그러나 가랑잎에도 깨어지고 마는 호수는
가을날 나의 마음을 닮으려 한다
(구광렬·시인, 1956-)


+ 호수
    
산을 안고 파르르

연꽃 심지 하나
태동하는가
(정숙자·시인)


+ 호수연가

깊은 산
외로움 거느리고
바다보다 깊은
파문 속에 내리면
메아리 산울림 되어
울음 우는 호수
달빛 총총히
별을 부른다.
(권영민·시인)


+ 湖水

흐르지 못한
아득한 곳에

수면처럼
흔들리는
천년의 그리움

바람이 불어오면
출렁이다가
흔들리다가

날선 눈빛
시퍼런 그리움에
풍덩,
투신하는
투신하는 별

호수는
혼자 운다.
(권영민·시인)


+ 호수
  
슬플 땐
울 수 있도록
마음속에 호수를 두어두자

출렁이며 가라앉으며
하늘의 높이만큼 깊어지는…

거뭇거뭇 물고기
훤히 보이는
투명한 호수를 두어두자

눈물은 가장 맑은 꽃이어니
자신을 위로하는 자신이어니
(정숙자·시인)


+ 호수(湖水)

장독대 위로 흰 달 솟고
새빨간 봉선화 이우는 밤

작은 호수로 가는 길에
호이 호이 휘파람 날려 보다

머리칼 하얀 옷고름
바람이 가져가고

사슴이처럼 향긋한
그림자 따라

산밑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조지훈·시인, 1920-1968)


+ 호수          

먼길이었네
네게 가는 길

너를 찾아
길을 나설 때마다  

늘 낯선 그 길이어서

가는 길
고달프고 외로웠지만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리움도 내게는
병인 까닭에

열 펄펄 끓는 이마로
너를 찾았네

찾으면
네가 거기 있었네

내 눈 속을
네가 들여다보네

네 눈 속을
내가 들여다보네

거기에서
죽지 않는 사랑을 보네

먼길이었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홍수희·시인)


+ 호수

호수에 오면 내 마음이
맑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고향만큼이나 넉넉하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호수는 언제나 푸근하게
하늘과 구름과 산도 품는다.
산이 저토록 아름다운 건
호수에 몸을 담그기 때문이다.

사납게 뛰놀던 바람도
호수에 이르면 순해지지만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은
아직은 일렁거리고 있다.

호수에 나를 빠트리고
며칠만 잠겼다 다시 나오면
내 마음과 눈동자도
호수처럼 맑아질 것 같다.
(박인걸·목사 시인)


+ 호수
    
이제야 알겠네
당신 왜 홀로 있는지를

손에는 검버섯 피고
눈 밑에
산 그림자 밀려온 후에야

손과 손이
뜨거이 닿아
한 송이 꽃을 피우고

봄에도 여름에도
강물 소리 가득하던 우리 사이

벅차오르던 숨결로
눈 맞추던 사랑

이제 호수 되어
먼 모랫벌로 밀려가 버린 것을

이제야 알겠네
물이 된 지금에야.
(문정희·시인, 1947-)


+ 호수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나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조병화·시인, 1921-2003)


+ 호수의 꿈

태고의 까만 하늘에
통통배가 간다

잉태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밤물결
거슬러 역류하며
흑암을 가르면,

저기 숲 속에
별빛 조을고
메마른 시간이 토해내는
은하수 강물엔
물고기들 밀어가 익는다
(윤덕명·시인)


+ 새벽의 호수

깊고 깊은 어둠에
고요하게 잠자던 호수의 쪽배는
달빛의 짙은 입맞춤으로 깨어나
보드라운 호수에 제 모습을 비춰본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열망에
하늘을 향해 오르는 물안개는
연꽃의 여린 몸 위에 이슬로 머물고 있다.
"삐이 삐이" 물총새의 새벽을 가르는 노래에
잠자던 농어떼가 깨어나
쫓겨가는 어둠을 더 재촉하며
기운찬 헤엄질로 여명을 마중한다.
(주인자·시인, 인천 출생)


+ 산처럼 호수처럼

산은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 산의 소리를 들으려 산을 오른다
산에 들어가면 그 의연함에 반하고
자연의 섭리에 매료된다
산아래 마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가슴으로 열리는 게 산이다
산같이 변하지 않고
호수같이 맑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욕심 내 본다
(김길남·시인, 1942-)


+ 겨울 호수의 행복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산중의
작은 호수
삶의 거친 바람이
느닷없이 불어오면
갈대처럼 흔들리곤 한답니다

구름이 지나가면
무심히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고
때로는 허무할 때도 있습니다

호수 옆을 지나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애틋한  사랑 나누고 싶지만
물 밀을 보며
꿋꿋하게 그냥 참고 있습니다

봄이면 새싹의 희망을 보고
여름엔 무성한 그늘을 즐기다
늦은 가을
단풍신랑 스스로 찾아들면
겨울엔 얼음 위에 눈 이불 덥고
사랑을 속삭이는
즐거움도 있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청둥오리 신사
눈이 큰 피라미 아가씨
가장 친한 친구들
마음으로 껴안으며
소박한 사랑
나누며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김귀녀·시인)


+ 호수로 가는 이유

공기의 움직임이 바람이라면
마음의 움직임은 근심인가
어찌 하루도 조그만 내 가슴이 고요하지 못하여
풍랑이 심한 날은 나도 모르게
한적한 호수를 찾아
수면을 바라본다

생각은 호수의 물결인가
잔물결의 표면에 비치는 미루나무는
흐려지고 굽어지며
하늘에 뜬 해와 달도 둥글지 못하여
바람의 파장 따라 이지러져
바르게 볼 수 없다

이윽고 호수에 바람이 잦아들면
고요하고 평온해지게 되며
거기에는 더 이상
파장도 일어나지 않게 되어
물가의 느티나무가 있는 그대로 나타나고
그 가지에 앉은 작은 새가
눈에 보이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지저귀는 소리
그것이 아름다운 시가 되고
감미로운 음악이 되어
혼탁한 나의 뇌리와 가슴
관통해 지나가면
비로소 세상이 아름답게
눈에 보인다
(김내식·시인, 경북 영주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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