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신 하느님을 묵상함> 김미혜의 '딱정벌레 한 마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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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신 하느님을 묵상함> 김미혜의 '딱정벌레 한 마리' 외 + 딱정벌레 한 마리 바닥에 떨어졌어요 딱정벌레 한 마리 몸 뒤집혀 버둥버둥 제자리 뱅뱅 맴도는데 허우적허우적 용쓰는데 뒤집을까 못 뒤집을까 멀거니 구경만 했어요 하느님, 이런 나를 보셨겠지요? (김미혜·아동문학가, 1962-) + 하느님에게 때 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세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별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하늘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나무 나이테 올해도 한 곳에서 한눈팔지 않고 새에게, 다람쥐에게 벌레에게, 개미에게 바람에게, 나그네에게 열심히 베풀며 살았다고 하느님께서 나무에게 작년보다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주셨다 (권창순·아동문학가, 1961-) + 눈 온 날 버스 정류장에 헌 옷 입은 아저씨가 빈 깡통 앞에 놓고 졸고 있다. 사람들은 못 본 척 버스를 탄다. 하느님은 아까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나보다. 싸락눈을 빈 깡통에 담아주고 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김구연·아동문학가, 서울 출생) +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맨 처음엔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나무, 마을길을 걸어가던 나무, 냇가를 걸어가던 나무에게 어느 날 선생님 같은 하나님이 "제자리 섯!" 호루라기를 불자 나무들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을 거야. 걷기만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야. 그래서 집 없는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땀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있지. 또 언제 하나님이 "앞으로 갓!" 호루라기를 불면 나무들은 모두 다시 걸어갈 거야. 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야. (전영관·아동문학가) + 밭 한 뙈기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우리가 햇살이라면 우리가 햇살이라면 병들어 신음하는 가난한 가슴 속 스며드는 위로가 되자 우리가 햇살이라면 고통의 길 걷는 절망의 눈빛 속 스며드는 희망이 되자 빈부 격차가 뚜렷한 세상 하나님께서는 차별 없는 사랑 베풀어주시지만 우리는 사람이니 그리하지 말자 배고파 울고 병들어 신음하는 그늘에 핀 꽃에게 더 살가운 햇살이 되자 (손희락·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