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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신 하느님을 묵상함> 김미혜의 '딱정벌레 한 마리' 외

도토리 조회 1,8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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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신 하느님을 묵상함> 김미혜의 '딱정벌레 한 마리' 외

+ 딱정벌레 한 마리

바닥에 떨어졌어요
딱정벌레 한 마리
몸 뒤집혀 버둥버둥
제자리 뱅뱅 맴도는데
허우적허우적 용쓰는데
뒤집을까 못 뒤집을까
멀거니 구경만 했어요

하느님, 이런 나를
보셨겠지요?
(김미혜·아동문학가, 1962-)


+ 하느님에게

때 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세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별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하늘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나무 나이테

올해도
한 곳에서 한눈팔지 않고
새에게, 다람쥐에게
벌레에게, 개미에게
바람에게, 나그네에게
열심히 베풀며 살았다고

하느님께서 나무에게
작년보다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주셨다
(권창순·아동문학가, 1961-)


+ 눈 온 날

버스 정류장에
헌 옷 입은 아저씨가
빈 깡통 앞에 놓고 졸고 있다.
사람들은 못 본 척
버스를 탄다.
하느님은 아까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나보다.
싸락눈을
빈 깡통에 담아주고 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김구연·아동문학가, 서울 출생)


+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맨 처음엔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나무,
마을길을 걸어가던 나무,
냇가를 걸어가던 나무에게 어느 날 선생님 같은 하나님이
"제자리 섯!"
호루라기를 불자 나무들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을 거야.
걷기만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야.
그래서 집 없는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땀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있지.
또 언제 하나님이 "앞으로 갓!" 호루라기를 불면 나무들은 모두
다시 걸어갈 거야.
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야.
(전영관·아동문학가)


+ 밭 한 뙈기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우리가 햇살이라면

우리가 햇살이라면
병들어 신음하는 가난한 가슴 속
스며드는
위로가 되자

우리가 햇살이라면
고통의 길 걷는 절망의 눈빛 속
스며드는
희망이 되자

빈부 격차가 뚜렷한 세상
하나님께서는
차별 없는 사랑 베풀어주시지만
우리는 사람이니 그리하지 말자

배고파 울고
병들어 신음하는
그늘에 핀 꽃에게
더 살가운 햇살이 되자
(손희락·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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