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관한 시 모음> 목필균의 '잘 지내고 있어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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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관한 시 모음> 목필균의 '잘 지내고 있어요' 외 +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목필균·시인) + 미루나무 한 그루 하늘 푸른 날 미루나무 한 그루 강변에 서 있다 저도 그렇게 서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게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보다 아름다운 꿈은 없지 (김시천·시인) +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 먹어도 먹어도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는 농심 새우깡처럼, 아무리 그리워해도 나의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고, 바삭바삭 금방 무너질 듯 마른기침을 토하며, 그리워 그리워해도 그리움은, 질리지 않고, 물 같은 당신께 닿으면 한꺼번에 녹아버릴 듯, 왠지 당신의 이름만 떠올려도 불길처럼,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는 그리움은, (이대흠·시인, 1968-) + 바로 당신 아침에 유리문을 여니 분홍빛 매화가 송이송이 부끄럽게 웃고 있습니다 언제 그리 꽃송이를 많이 피워놓았는지 비누방울처럼 뭉게뭉게 방울방울 톡톡 터질 것 같아요 지금 내 안에서도 그래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보고파서 보고파서 톡톡 터질 것 같아요, 바로 당신 (홍수희·시인)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시인, 1945-) +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출렁거리는 억 만 톤의 그리움 푸른 하늘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혼자 차오르고 혼자 비워지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리움의 저수지 머리에 이고 물길을 찾아갈 때 먹장구름은 후두둑 길을 지워버린다 어디에서 오시는가 저 푸른 저수지 한 장의 편지지에 물총새 날아가고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오늘은 조각달이 물 위에 떠서 노 저어 가보는데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주소가 없다 (나호열·시인, 1953-) + 민들레 꽃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시인, 1920-1968) + 등꽃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 등나무 아래 혼자 서 보자. 등꽃 하나하나에 피어나는 얼굴 또르르 또르르 눈물방울로 떨어져 떨어져 내려 안기우는 얼굴 누군가 못 견디게 부르고 싶을 때 등나무 아래 혼자서 휘파람 불어 보자. 등꽃 하나하나에 켜지는 이름 뽀오얀 가슴밭에 굴렁쇠 되어 또르르 또르르 굴러가는 그 이름. (손월향·시인) + 비누방울 누나가 그리운 날이면 담 밑에 기대앉아 조용히 비누방울 날린다. 비누방울에 어리는 칠색 무지개 매달려 어리광부리던 누나의 치맛자락. 잡으러 따라가면 금방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리운 치맛자락. (강소천·아동문학가) +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아 ! 이슬 되어, 바람 되어 마음 하나 심장 깊숙이 심어 허구헌날, 온통 그리움뿐 휘젓고 돌아치고 달궈지고 몰아세우는 너는 누구더냐. 잊고 살자 다짐해도 혼절의 무게로 다가와 버릇처럼 세포마다 문신 새기고 내 안에 오직 너로만 퐁퐁 샘솟게 하는, 너는 대체 누구더냐. 눈멀어 귀멀어 붉은 꽃물 모다 모아 옴팡지게도 스미게 하는 너 사랑하고도 외롬을 질끈 동여맨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무딘 침묵의 어깨를 넘어 담장의 넝쿨 장미, 오지게도 달게 피듯 사랑, 그 천 개의 그리움 붉은빛으로 가슴팍에 빙빙 허구헌날, 나를 놓아주질 않는구나. (양애희·시인) +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유안진·시인, 1941-) + 그리움 꽃은 죽어서 하늘로 날아가고 나비들은 죽어서 땅으로 내려온다 사람은 죽어서 하늘에 자신의 그림자를 적시고 새들은 죽어서 땅 위에 자신의 날개를 퍼덕퍼덕 남긴다 그리움 때문일까 살아서 못다 한 그리움! 땅 위의 목숨은 하늘로 날아가 목숨을 이루고 하늘 위의 목숨은 땅 위에 내려와 목숨을 이룬다 (김준태·시인, 1948-)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