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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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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시 모음>

도토리 조회 1,9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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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시 모음>    

+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시인)


+ 통일

목사님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한다.
스님은 원수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한다.

넘어갔다 넘어오고 넘어왔다 넘어가고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자 미상)


+ 아름다운 세상

이름도
생김새도 다른
참새 비둘기 갈매기들이 한데 어울려
모이 쪼는 광경을 봅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양식 나누는 그 모습이
너무도 어여쁩니다
오갈 데 없이 남루한 흑인 하나가
느긋한 표정으로
먹이 봉지 안고 서서
한 줌씩 천천히 뿌려줍니다
아, 우리가 진정 원하는 세상이란
바로 저런
조화가 아닐까요
(이동순·시인)


+ 평화나누기

일상에서 작은 폭력을 거부하며 사는 것
세상과 타인을 비판하듯 내 안을 잘 들여다보는 것
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마음의 평화를 키우는 것

경쟁하지 말고 각자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일을 더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좀더 친절하고 더 잘 나누며 예의를 지키는 것

전쟁의 세상에 살지만 전쟁이 내 안에 살지 않는 것
총과 폭탄 앞에서도 온유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
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그러나 끝까지 저항하는 것
전쟁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이 평화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는 것
(박노해·시인)


+ 내 손과 발로 무엇을 할까

세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행복한 게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로운 게 아닙니다.
내가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습니다.
내가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갑니다.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거두어야 할 때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해야 우주가 따뜻해집니다.
내 손을 행복하게 써야 할 때입니다.
내 발을 평화롭게 써야 할 때입니다.
(안도현·시인)


+ 평화平和에 대하여

풀어 말하자면
세상이 잔잔한 수면처럼
고르고 평평하여
수확한 벼를 여럿이
나눠 먹는 일이 평화다.

그래서 전쟁을 겪어본 사람만이
벼와 밥이 평화라는 것을 안다.
심각한 얼굴로 승용차를 타고
바삐 달려가는 도시 사람에게
세상은 아직 전쟁 중이고,

올해도 황금 풍년이 찾아온
은현리 들판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농부 한 사람 느릿느릿
논두렁길을 걸어가며 활짝 웃는다.
그 얼굴이 평화다
(정일근·시인)


+ 애국자가 없는 세상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간단한 부탁

지구의 한쪽에서
그에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저녁 먹고
빈들빈들
남녀 두 사람이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의 감동이여!

전쟁을 계획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여
저 사람들의 빈들거리는 산보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저 저녁 산보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도록
내버려둬 다오.
꽃집의 유리창을 깨지 말아다오.
(정현종·시인, 1939-)


+ 평화를 위한 연가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제발 전쟁만은 되풀이되지 않기를
무릎 꿇어 두 손을 모읍니다

이라크의 하늘 가르던 폭격기의 굉음이
이라크의 대지 갈아 짓뭉개던 탱크의 발톱이
이라크의 어린아이 심장을 얼리던 포성이

아아
이라크의 어머니
이 땅 모든 어머니의
가슴을 천만 갈래로 찢었던
저 통곡 저 비명
저 아픔과 저 절망이

이 땅,
다시는 이 땅 한반도에서
되풀이되질 않기를
간절히
천만번 간절히 간구합니다

그러나 나의 기구가
하늘을 울리지 못하여
이 땅에
전쟁의 위협이 피할 수 없게 다가온다면
그 위협 앞에다
제 몸 곱게 누이겠습니다

맑은 물에 몸을 씻고
하얀 옷으로 단장하여
초례청의 새아씨처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평화란
가슴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가 서로 둘이 아님을 몸으로 일깨우는 것이겠지요

저 무지 저 탐욕
저 충혈된 광기 앞에서
나의 분노 나의 증오 나의 절규는
또 다른 부질없음임을 압니다

다만 이 몸 송두리째 바쳐
저 굶주린 탐욕을
저 날뛰는 광기를 달랠 수 있다면

이 한 몸으론 모자라서
수십 수백 수천의 제물 더 바쳐야 한다하더라도
기꺼이 그 한 제물로 이 몸 누이겠습니다

내 사랑하는 이와
이 땅의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과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길이
이 길 말고 달리 없다면
서둘러 이 몸 누이겠습니다

다시는,
이제 다시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전쟁이 없을 수 있다면

하얀 옷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이 몸 누이겠습니다

이 땅에 떨어지는 그 첫 포탄을
제 가슴에 안고
이 땅을 짓뭉개는 탱크의 그 첫 바퀴자국을
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저 무지 저 광기 저 탐욕 잠재울 수만 있다면
이 땅에 평화
연둣빛 새순으로 솟구치는 봄날 같은 그 평화
다시 피어낼 수 있다면
당신 사랑으로 이 몸 곱게 누이겠습니다.
(이병철·농민운동가, 194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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