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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학생의 눈에 비친 광주의 십자가와 부활 - 박용주 시인의 '목련이 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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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학생의 눈에 비친 광주의 십자가와 부활
   - 박용주 시인의 '목련이 진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 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예 그리 슬프랴
(박용주·시인, 1973년 광주 출생)

* 박용주는 1988년 4월에 쓴 이 시로 전남대가 주최한 1988년 '5월 문학상'을 수상한다. 놀랍게도 그때 그의 나이 16살이었고 전남 고흥 풍양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진한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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