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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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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에 관한 시 모음> 박재삼 시인의 '라일락꽃을 보면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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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에 관한 시 모음>  박재삼 시인의 '라일락꽃을 보면서' 외

+ 라일락꽃을 보면서

우리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을 같이한 것이
이 이상 고마울 것이 없고
미구(未久)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 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
(박재삼·시인, 1933-1997)


+ 라일락

가지마다 숨겨진
작은 향기 주머니

이름 석 자 뒤에도
묻어나는 냄새

향기로만
나무가 되려는 나무

소올솔
작은 주머니가
올을 풀어서

봄 하늘을
향긋하니 덮어 버렸다.
(정두리·아동문학가)


+ 나무의 귀

바람이
나무의 귀를 닦아 주었습니다.

햇살도 귀를 어루만져 주면서
"너는 좋은 말만 들어야 돼."
"좋은 말만 들어야 돼."
하고 손까지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예쁜 꽃과 잎을 피웠습니다.

하느님은
나무가 좋은 말만 듣는다고
꽃향기까지 하나 더 주었습니다.

그래선지 라일락나무는
지금까지
바람의 속삭임과 햇빛의 고운 결로만 짠
보랏빛 연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라일락 그늘 아래서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오세영·시인, 1942-)


+ 라일락

당신, 라일락꽃이 한창이요
이 향기 혼자 맡고 있노라니
왈칵, 당신 그리워지오

당신은 늘 그렇게 멀리 있소
그리워한들 당신이 알 리 없겠지만
그리운 사람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족하오

어차피 인생은 서로 서로 떨어져 있는 거
떨어져 있게 마련

그리움 또한 그러한 것이려니
그리운 사람은 항상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런가

당신,
지금 이 곳은 라일락꽃으로 숨이 차오
(조병화·시인, 1921-2003)


+ 라일락

탐스런 송이송이
연보라 빛 꽃향기가
발길을 잡으면서
눈길을 멎게 하네.
사르르
그 향기에 취해
갈 길조차 잊었네.

가까이 더 가까이
가슴으로 느끼면서
그 향기 좇고 좇아
나를 잊고 네게 가네.
스르르
네 향기에 젖어
아른대는 영상이여.
(자헌 이정자·시인)


+ 라일락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빗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다니네
(이해인·수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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