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 시인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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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 시인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집 비바람 막아주는 지붕, 지붕을 받치고 있는 네 벽, 네 벽을 잡아주는 땅 그렇게 모여서 집이 됩니다. 따로 떨어지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감싸 안아 한 집이 됩니다. 아늑한 집이 됩니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둥근 우리 집 내 생일날 피자 한 판 시켰다. 열어보고 또 열어봐도 일하러 간 우리 아버지 아직 안 오신다. 형의 배가 꼬로록 나는 침이 꼴깍 그래도 보기만 하고 참는다. 다섯 조각 모두 모여야 피자 한 판 아버지 오셔야 다섯 식구 피자같이 둥글게 되지.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파트 1 1층 2층 3층 맨 꼭대기 20층까지 사람들이 아침마다 서랍장을 열고 나왔다가 밤이면 다시 서랍장 안으로 들어가서 차곡차곡 쌓인다 층층이 쌓여 잠든다. (김은영·아동문학가, 1964-) + 집 한 채에 작은 집 한 채뿐인데 많이도 산다 암탉과 병아리 일곱 마리, 까만 염소 세 마리, 누렁이, 돼지 다섯 마리, 앵두나무 두 그루, 대추나무, 살구나무, 석류나무, 감나무 두 그루 , 모과나무, 맨드라미, 분꽃, 백일홍, 수국, 굼벵이, 두꺼비. 지킴이 뱀, 생쥐, 굴뚝새 ...... 다 모여 살아도 시골 할아버지네 집엔 수십 년째 다투는 소리 한번 없다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외딴집 목이 말라 찾아간 산골 외딴집 "누구 없어요?" 불러 봐도 인기척은 없고 싸리비 자국만이 마당에 그어 있다 담장 위 호박덩굴 텃밭의 고추 모두가 주인 되어 나그네를 반긴다 주인이 외출했어도 함께 지키는 이들 아끼며 사는 한 가족이다. (최정심·아동문학가) + 지구는 사람이 밭을 매면 지구는 등어리 긁어 준다 생각하지요. 큰길에 차가 왔다 갔다 하면 이놈 사람들 땜에 가려워 못 살겠다 하지요. 비행기는 파리라고 생각하지요. 파리가 무슨 파리가 요렇게 작을까 생각하지요. 우리 집 앞에 새로 이층집 짓는데 이층집 지으면 혹이 하나 났다고 생각할까요? 아니 아니 그런 건 하도 작아서 땀띠가 하나 났다 생각하지요.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튼튼한 집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 부부가 얼기설기 지은 막대기 집, 벌들이 설계도 없이 어림짐작으로 지은 육각형 집, 태풍에 떨어졌다는 소식 없다 장맛비에 떠내려갔다는 소식 없다. 큰 지진 난 나라에서 무너진 건 시멘트 범벅해서 중장비로 단단히 지었다는 사람들 집이었다. (정진숙·아동문학가) + 내 그림 하얀 도화지에 내 집을 지어 볼까 빨간 지붕과 둥근 창문 축구도 하는 넓고 푸른 마당 창가엔 마음에 드는 별 하나 걸고 뒤뜰에는 사과나무도 있어야겠지 늘 원해도 반대만 하는 강아지도 세 마리쯤 키우고 마지막에 커다랗게 나를 그려야지 바로 내가 이집 주인이니까. (신복순·아동문학가) + 집을 먹는 배추벌레 언니야, 배추벌레는 배춧잎이 집인가 봐 놀이턴가 봐 배춧잎에서 잠을 자고 배춧잎에서 놀고 배춧잎에서 똥도 싸고 어? 어? 이것 좀 봐 배춧잎을 먹네 집을 먹네. (김마리아·아동문학가, 1956-) + 셋방살이 풀잎이 전세를 놓았다. 풀벌레가 전세를 들었다. 풀잎은 전세 값으로 노래를 받아 풀벌레는 전세 값으로 노래를 주어 날마다 즐거웠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달팽이 집 달팽이는 날 때부터 집 한 채씩 지고 왔으니, 월세 살 일 없어 좋겠습니다! 전세 살 일 없어 좋겠습니다! 몸집이 커지면 집 평수도 절로 커지니, 아사 갈 일 없어 좋겠습니다! 사고팔 일 없어 좋겠습니다! 뼛속까지 얼어드는 엄동설한에, 쫓겨날 일 없어 좋겠습니다! 불 지를 놈 없어 좋겠습니다! (김환영·극작가이며 삽화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