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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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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 시인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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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 시인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집

비바람 막아주는 지붕,
지붕을 받치고 있는 네 벽,
네 벽을 잡아주는 땅
그렇게 모여서 집이 됩니다.

따로 떨어지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감싸 안아
한 집이 됩니다.
아늑한 집이 됩니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둥근 우리 집

내 생일날
피자 한 판 시켰다.

열어보고
또 열어봐도

일하러 간
우리 아버지
아직 안 오신다.

형의 배가 꼬로록
나는 침이 꼴깍
그래도 보기만 하고 참는다.

다섯 조각
모두 모여야
피자 한 판

아버지 오셔야
다섯 식구
피자같이 둥글게 되지.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파트 1

1층 2층 3층
맨 꼭대기 20층까지
사람들이
아침마다
서랍장을 열고 나왔다가
밤이면
다시 서랍장 안으로 들어가서
차곡차곡 쌓인다
층층이 쌓여 잠든다.
(김은영·아동문학가, 1964-)


+ 집 한 채에

작은 집
한 채뿐인데
많이도 산다

암탉과 병아리 일곱 마리, 까만 염소 세 마리, 누렁이, 돼지 다섯 마리,
앵두나무 두 그루, 대추나무, 살구나무, 석류나무, 감나무 두 그루 ,
모과나무, 맨드라미, 분꽃, 백일홍, 수국, 굼벵이, 두꺼비.
지킴이 뱀, 생쥐, 굴뚝새 ......
다 모여 살아도

시골 할아버지네 집엔
수십 년째
다투는 소리 한번 없다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외딴집

목이 말라 찾아간
산골 외딴집

"누구 없어요?" 불러 봐도
인기척은 없고
싸리비 자국만이
마당에 그어 있다

담장 위 호박덩굴
텃밭의 고추
모두가 주인 되어
나그네를 반긴다

주인이 외출했어도
함께 지키는 이들
아끼며 사는 한 가족이다.
(최정심·아동문학가)


+ 지구는

사람이 밭을 매면
지구는
등어리 긁어 준다 생각하지요.

큰길에 차가
왔다 갔다 하면
이놈 사람들 땜에
가려워 못 살겠다 하지요.

비행기는
파리라고 생각하지요.
파리가 무슨 파리가
요렇게 작을까 생각하지요.

우리 집 앞에
새로 이층집 짓는데
이층집 지으면
혹이 하나 났다고 생각할까요?

아니 아니 그런 건 하도 작아서
땀띠가 하나 났다 생각하지요.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튼튼한 집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 부부가
얼기설기 지은
막대기 집,

벌들이
설계도 없이
어림짐작으로 지은
육각형 집,

태풍에 떨어졌다는 소식 없다
장맛비에 떠내려갔다는 소식 없다.

큰 지진 난 나라에서
무너진 건
시멘트 범벅해서 중장비로
단단히 지었다는
사람들 집이었다.
(정진숙·아동문학가)


+ 내 그림

하얀 도화지에 내 집을 지어 볼까

빨간 지붕과 둥근 창문
축구도 하는 넓고 푸른 마당

창가엔 마음에 드는 별 하나 걸고
뒤뜰에는 사과나무도 있어야겠지

늘 원해도 반대만 하는
강아지도 세 마리쯤 키우고

마지막에 커다랗게 나를 그려야지
바로 내가 이집 주인이니까.
(신복순·아동문학가)


+ 집을 먹는 배추벌레

언니야,
배추벌레는
배춧잎이 집인가 봐
놀이턴가 봐

배춧잎에서
잠을 자고

배춧잎에서
놀고

배춧잎에서
똥도 싸고

어?
어?

이것 좀 봐
배춧잎을 먹네
집을 먹네.
(김마리아·아동문학가, 1956-)


+ 셋방살이

풀잎이
전세를 놓았다.

풀벌레가
전세를 들었다.

풀잎은
전세 값으로 노래를 받아

풀벌레는
전세 값으로 노래를 주어
날마다 즐거웠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달팽이 집

달팽이는 날 때부터
집 한 채씩 지고 왔으니,

월세 살 일 없어 좋겠습니다!
전세 살 일 없어 좋겠습니다!

몸집이 커지면
집 평수도 절로 커지니,

아사 갈 일 없어 좋겠습니다!
사고팔 일 없어 좋겠습니다!

뼛속까지 얼어드는
엄동설한에,

쫓겨날 일 없어 좋겠습니다!
불 지를 놈 없어 좋겠습니다!
(김환영·극작가이며 삽화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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