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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에 관한 시 모음> 조태일 시인의 '이슬 곁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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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에 관한 시 모음>  조태일 시인의 '이슬 곁에서' 외


+ 이슬 곁에서

안간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저 쬐그만 것들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조태일·시인, 1941-1999)


+ 이슬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놀란 개구리 볼락대는 목젖
연못에 비친 송아지 하품

다 보고 있다.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방아깨비 뛰어오르는 뒷다리 둘
무당벌레 까만 점 일곱 개

다 세고 있다.
(심후섭·아동문학가)


+ 우주를 보다

풀잎 위
이슬 한 방울쯤이야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보다 크다

손가락에 적셔
가지고 놀려 했다

오늘 그것에
깔리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박창기·시인, 1946-)


+ 관찰 일기

현미경으로
비쳐 보았다



이슬 속에
꼭꼭 들어찬



한 방울의 이슬은
수천 수만의 웃음이 모인
하늘나라
햇빛 방울.
(김요섭·아동문학가, 1927-1997)


+ 이슬

몸 안 가득
해를 품음이여

우습게 보지 마라
작다고
업신여기지 마라
작다고

해를 품는 가슴이니.
(박두순·아동문학가)


+ 물방울은 홀로일 때 아름답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얼마나 미세한 모습인가.
잔 바람에 떠는 그의 가슴에 푸른 하늘이 숨어 있다.
배경으론 커다란 산 하나

스스로는 배경이 되지 않는, 저렇게 힘없는 것이
세상을 키우고 있다.
(박찬·시인, 1948-)


+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
풀잎 끝에 햇살 오오 풀잎 끝에
나 풀잎 끝에 당신 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 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 나고 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 그러나 풀잎 끝
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
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이승훈·시인, 1942-)


+ 아침 이슬을 보며

풀잎에 글썽이는 아침 이슬을 보며
풀잎에 마음을 매달아봅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지만
마음은 투명하게 글썽이는 이슬,
맑고 둥글게 맺힌 이슬이고 싶습니다.

아침해가 둥그렇게 솟아오릅니다.
안경알을 닦고, 구두끈을 고쳐 매고
길을 나섭니다. 길은 언제나 저만큼 달리지만
나는 이따금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며
간신히 무거운 발자국을 찍으며 걷습니다.

나직하고 완강한,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붑니다. 나도 그런
바람이고 싶습니다. 묵묵히 그냥 그대로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면서
날으는 새들이 부리로 쪼는
옥빛 하늘의 아득한 깊이에 눈길을 줍니다.

맑고 둥글게 마음을 굴리고 싶습니다.
아침해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어제와는 다른 발자국들을 찍고 싶습니다.
나직하고 부드럽게, 옥빛 하늘
그 아득한 깊이를 꿈꾸는 마음으로
끝없이 둥글게 글썽이고 싶어집니다.
(이태수·시인, 1947-)


+ 아침 이슬

어둠이 밝음으로
서서히 밀려날 때
조용한 새벽길을 걷는다.

촉촉이 발 밑에
젖어드는 이슬들
나에게
너는 무슨 인연인가?

많은 사람들의 얼굴
잘들 계시는가?
때로는 아픔이었고
한때는 기쁨이었던

착한 공기에 숨쉬며
그대들을 기억한다.
해가 나면 스러질
그 순간에도 간직될

새벽이슬  
그 신선한 사랑이여!
나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여!
(우보 임인규·시인)


+ 이슬에 대해서

희망과 절망 두 개의 극 사이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나침반 바늘
남과 북 두 개의 극으로 균형을 잡고
무한 공간에서 원심력처럼 돌고 있는 지구같이
진흙의 깨끗함과 흰 눈의 더러움 사이에서
풀잎처럼 흔들리고 있는 섬세한 감성.
중천에 직립한 풀잎 끝에
맺히는 한 방울 수분처럼
물은 얕은 높이에서도 밑으로 떨어진다
꼿꼿하게 서 있는 풀잎은 알고 있다
아득한 별빛 높이를 위하여
어둠의 지층이 누워 있는 것을.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에 버금가는
여리고도 정갈한 이슬의 무게를
풀잎은 투명한 외로움처럼 사랑한다.
(허만하·시인, 193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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