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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윤수천 시인의 '인생이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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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윤수천 시인의 '인생이란' 외

 

+ 인생이란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아니다

 

남기려고 하면 오히려
그 남기려는 것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이 된다

 

인생이란 그저
사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윤수천·시인, 1942-)


+ 있는 힘을 다해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 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이상국·시인, 1946-)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박용재·시인)


+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라
사람의 한 생 잠깐이다
돈 많이 벌지 마라
썩는 내음 견디지 못하리라

 

물가에 모래성 쌓다 말고 해거름 되어
집으로 불려가는 아이와 같이
너 또한 일어설 날이 오리니

 

참 의로운 이름 말고는
참 따뜻한 사랑 말고는 아이야,
아무것도 지상에 남기지 말고
너 여기 올 때처럼
훌훌 벗은 몸으로 내게 와라
(배창환·시인, 1956-)


+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광웅·시인, 1940-1992)


+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시인, 1940-)


+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로버트 풀검)


+ 산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김용택·시인, 1948-)


+ 인간의 삶이란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나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벤처기업인, 1962-)


+ 꽃의 사다리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는 없다.
하늘에 오르고 싶은 자
하늘에 오르는 길은
꽃을 사랑하는 일,
나무를 사랑하는 일,
그 빛과 그늘들을 사랑하는 일,
눈물을 사랑하는 일.
또 가난까지도 사랑하는 일.
꽃들 다 하늘로 솟고
누군가 꽃의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간 듯
담장을 넘어간 넝쿨들 고요한 아침.
이런 날은 맨발로 하루를 다 살고 싶다
(장석남·시인, 1965-)


+ 단순하게 사세요

 

당신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해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화려하고 현학적인 문구들을
써놓고 그것을 '지성'이라 부르죠.

 

하지만 정말 뛰어난
작가와 예술가, 교육자들은
간단하고 명쾌하며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냥 단순하게 사세요.
복잡함을 버리고 혼란을 제거한다면,
인생을 즐기는 일이
단순하고 간단해질 거예요.
(웨인 다이어·미국의 심리학자이며 자기 계발 작가)


+ 사람의 문장

 

사람의 일생은 물음표로 시작되네
물음표 태아는 스스로 찢어 손발을 만들고
자궁 밖으로 나온 손발은 펜촉이 되어
시간을 종이 삼아 문장을 쓰네

 

사람의 첫 문장은 울음이네
첫 문장이 나쁘면 다음 문장도 나쁜 법
늘 틀린 문장과 틀린 답을 쓰다가 파지만 내다가
병상에 물음표로 눕네

 

병상 위에 물음표로 구부러진 손가락
물음표로 오그라드는 몸통
물음표로 끝을 흐리는 임종 전 목소리
그러다 마지막 문장을 비명으로 쓰네

 

사람의 일생은 물음표로 시작되어
물음표로 끝나네
사람의 문장은 울음으로 시작되어
비명으로 끝나네.
(공광규·시인, 1960-)


+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맨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의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오렌지는 언제
태양과 같은 믿음을 배웠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 푸른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파블로 네루다·칠레의 민중시인, 1904-1973)


+ 인생은 바둑판 무늬

 

사랑이 햇빛이면
미움은 그늘이다.

 

인생은 햇빛과 그늘로 짜여진
바둑판 무늬이다
(롱펠로우·미국 시인, 1807-1882)


+ 인생은 매혹적인 것

 

이번 생일로 내 나이는 93세가 되었다.
그 나이는 물론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이는 상대적인 문제다.

 

일에 열중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나이가 반드시
늙어 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비록 93세지만 사물에 대하여
전보다 더욱 흥미를 느끼기에,
나에게 인생은 더욱 매혹적인 것이 되었다
(파블로 카잘스·20세기 첼로의 거장)


+ 얼마나 가슴으로 살고 있는가?

 

내 삶은 타고 남은 초가 아니다.
인생을 완전히 불태운 사람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다.

 

나는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잘 살았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 말을 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지금 이 순간 삶의 한가운데로
그 말을 끌어내자.
(알렌 코헨·미국 작가 )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시인, 1941-2007)


+ 눈 깜짝할 사이

 

인간의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로 짧습니다.

 

삶은 이렇게 짧은데,

 

내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유익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달라이 라마·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1935-)


+ 촛불과 소금

 

나는 어두운 이 세상에 촛불이고 싶어라
나는 맛없는 이 세상에 소금이고 싶어라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맛없는 음식에 넣는 소금처럼
나는 그렇게 살고 싶어라
나는 그렇게 살고 싶어라
(작자 미상)


+ 석양(夕陽)

 

서산 마루를 넘어가는
석양은 아름다워라

 

생명의 마지막 한 점까지 불살라
기막힌 노을 빛 하나 선물하고

 

아무런 미련 없이 세상과 이별하는
저 순하디순한 불덩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눈부시지만
석양은 은은히 고와라

 

내 목숨의 끝도
그렇게 말없이 순하였으면!
(정연복)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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