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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시 모음> 정연복의 '겨울은 봄의 엄마' 외

도토리 조회 2,2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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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시 모음> 정연복의 '겨울은 봄의 엄마' 외

+ 겨울은 봄의 엄마

겨울은 봄의 장애물이 아니라
봄의 엄마다

겨울 너머 봄이 아니라
봄은 벌써 겨울 속에 들어있다

겨울이 차츰 깊어가면서
봄도 한 발 한 발 가까이 온다.

이렇게 만물은 이어져 있고
서로를 품으며 더불어 존재함을

나이 육십을 눈앞에 둔
지금에서야 마음으로 느낀다.

꽃 피고 지는 것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생의 기쁨과 슬픔도

별개의 상반되는 게 아니라
한 동전의 양면이라는 걸.


+ 겨울과 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쉘리는 노래했다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

나는 노래한다

"겨울이 깊었으니
봄이 가까이 있으리."

겨울과 봄은
잇대어 있다는 것

겨울은 봄의 전조요
겨울 속에 봄이 들어 있다는 것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희망의 메시지이다.


+ 겨울과 봄

봄은
겨울의 품속에서 자란다

겨울이 없다면
어찌 봄이 있을 수 있을까

추위를 모른다면
어떻게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인생의 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가슴이
어찌 기쁨을 알 수 있을까

사랑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의 기쁨을 알 수 있을까.    
  
지금 나의 생이
아직은 추운 겨울이라고 해도

울지 말자
절망의 늪에 빠지지 말자

보이지 않는 겨울의 등뒤에는
봄이 업혀 있으니.


+ 아빠와 아들의 봄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손잡고 걸어오는

교회 언덕길에는
겨울과 봄이 다정히 함께 있네.

아빠와 아들이 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겨울의 꼬리는 짧아지고
봄기운 한 움큼씩 자라네.

둘이 같이 걷는
한 점 행복한 풍경으로

가만가만 따스한 봄을 밀어오는
아름다운 동행.


+ 겨울 너머 봄  

겨울 추위 제아무리 매서워도
기어코 봄은 온다

쓸쓸한 나목(裸木)의 빈 가지에도
이윽고 푸른 잎 돋고 꽃 핀다.

나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이 눈물겨운 일  

나의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이 신비한 일은 계속되겠지.

겉보기엔 여린 듯해도
속으로는 생명의 기백 충만한

저 겨울 나무를 바라보며
굳세게 다짐하나니,

한세상 살아가는 일이
끝없는 괴로움의 연속이고

사랑하는 일의
팔 할쯤이 고통일지라도

허투루 눈물 보이지 않으리
땅이 꺼지는 한숨 쉬지 않으리

겨울 지나 봄은 오고
고통 너머 기쁨이 손짓하는데.


+ 겨울과 봄의 대화

아직은 꽃샘추위 속
겨울과 봄의 대화를 엿듣는다.

겨울이 봄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얘야,
이제 엄마는 떠날 때가 되었구나.

쓸쓸히 낙엽 지는
가을의 배턴을 이어받아

시간과 시간을 가만히 잇는
징검다리 역할 다하였으니

아무런 미련 두지 않고
총총 기쁘게 떠나가야겠다.

그러니 귀여운 아가야,
우리는 환한 웃음의 작별을 하자

휙, 꿈같이 네 계절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봄이 겨울에게 소곤소곤 말한다

"엄마,
정말 고마워요.

엄마 품속에서
제가 이만큼 잘 자랐어요.

엄마가 추운 만큼 나는 더 따뜻한
그 놀라운 은혜

나를 애써 길러주신
엄마의 수고를 잊지 않을 거예요.  

엄마가 달궈 주신 따스한 기운
파릇파릇한 나의 여린 손으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겠어요."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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