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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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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시 모음> 헤르만 헤세의 '봄의 목소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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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시 모음> 헤르만 헤세의 '봄의 목소리' 외  

+ 봄의 목소리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뻗어라. 피어라. 바라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라.
(헤르만 헤세·독일 시인, 1877-1962)


+ 봄 인사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 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우울하게 가라앉고 싶을 때

모든 이를 골고루 비추어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을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햇살이야말로
사랑의 인사입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봄은 또 다시 와서

봄에 다시 파란 하늘 위에서 새들은 울어대어
나를 하늘을 우러러보며 살아라 하네.

마을 초입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더욱 커지고
송아지 머리엔 산돌배나무꽃 같은 뿔이 돋아나네.

그리운 이의 그리운 기별을 들으러
연인들은 새로 바람과 사귀고
울타리 너머 물빛 연한 낮달이 뜨네.

비록 내 가진 것 없어도
신발은 벗어 멀리 가는 강물에게 주고
두 귀는 귀가 먼 불쌍한 꽃들에게 주고
아. 사랑으로, 사랑으로만
보리밭길 한량없이 걸어라 하네.
(이준관·시인, 1949-)


+ 순서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안도현·시인, 1961-)


+ 봄의 노래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쁜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신경림·시인, 1936-)


+ 봄은 깃발이다

봄의 기운과 봄볕이 몸을 섞어
아지랑이 달아오르는 들에는
창이 되어 찌르는 바람과
방패가 되어 막으려는
아낙의 치맛자락과의 싸움이 한창,
봄나물 캐던 손이 몇 번이곤 치마를
무릎에 눌러 앉혀보지만
이도 지치는지
바람에 기를 달아주고 만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첫사랑의 콧노래가 터지는
봄의 들녘은
기어이 청춘을 부르고야 마는
깃발이 난무하는 여인의 가슴이다.
(김성호·시인)


+ 봄비 탄환

이른 아침
몸을 일으키던 어머니의 무릎이
탄환을 쏘아댄다.
잠을 뒤척이는 머리에 한 알 한 알 박힌다.
몸에 상처 하나 남기지 않으면서도
마음만 교묘하게 쏘아대는 뼈의 반란

창밖에는 봄비 무리가
나무에게 탄환을 쏘아대고 있다,
나뭇가지의 눈꺼풀을 씻겨주며
튼 살로 겨울을 버티던 나무의 엉덩이를
삼신할미의 손바닥처럼 철퍽철퍽 후려치고 있다.

양손바닥은 다리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방바닥과 나누며 어머니를 일으키고
나무는 가지에 뻗은 수많은 손으로
봄비를 짚고 일어서는데

우두두둑
어머니의 무릎은 언제쯤
봄비 탄환과 만날 수 있을까
잦은 사격 소리가
나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어
하늘에서 내게 전하는 호통소리만 같다.
(전정아·시인, 1973-)


+  봄맞이 기도

추운 겨울 지나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무들의 빈 가지마다
연초록 새순이 돋아납니다

한낮의 따스한 햇살 아래
온 세상이 기지개를 폅니다.

사랑의 주님!

추웠던 긴긴 겨울날 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나의 가슴속에도
파릇파릇 새순이 돋게 하소서

연둣빛 사랑의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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