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시 모음> 정연복의 '천국과 지옥' 외
<천국과 지옥 시 모음> 정연복의 '천국과 지옥' 외
+ 천국과 지옥
영원한 천국은 없다
영원한 지옥도 없다
꽃 피고 지듯
밤과 아침이 교대하듯
천국과 지옥도
오락가락 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사랑 있는 가슴이 천국이요
지금 이 순간
사랑 없는 가슴이 지옥이다.
천국과 지옥은
하늘이나 땅속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너와 나의 가슴속에 있다.
+ 천국과 지옥
저 하늘 높이 어딘가
천국이 있을까
땅 속 깊이
불타는 지옥이 있을까.
나는 아직 죽어보지 못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그런 천국과 지옥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기독교도이든 불교도이든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삶 속에서
실제로 느끼고 경험한다.
천국도 지옥도
지금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
사랑하는 마음이 천국이요
미워하는 마음이 지옥이라는 것
사람의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는 것
마음속에 사랑의 천국이 있을 때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것.
+ 사랑의 천국과 지옥
당신 없는
천국에서 살기보다는
당신과 함께
지옥에 있고 싶다.
하지만 나는
천국에 마음 들뜨지 않고
지옥에 대한
두려움도 전혀 없다.
당신과 함께 있지 못하는
천국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고
당신과 같이 있는 지옥은
이미 지옥이 아니니까.
당신과 함께 있음의
나의 사랑의 천국이고
당신과 함께 없음이
나의 사랑의 지옥이니까.
+ 사랑의 천국
천국은 저 높이
하늘 위에 있는 걸까
지상에 얽매인 육신
훌훌 벗어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일까.
하고많은 종교 중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만이
하느님의 은혜에 힘입어
천국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걸까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선해도 천국에서 거부당할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느님이 온 우주
생명을 창조하신 분이요
그래서 그분이 생명을 보듬는
진정 사랑의 신이라면
교회에서 말하는 배타적인 천국은
그분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생명이 소중히 여김을 받고
생명끼리 서로 돕고 살아가는 곳
생명이 구김 없이 자라나고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꽃피는 곳
바로 이런 곳이
사랑의 천국이라고
이 땅 위에 이루어지는
참된 천국이라고 믿고 싶다.
+ 내가 바라는 천국
꽃과 꽃 사이에는
우열을 가리지 않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무런 차별이 없는 곳
사람들이 서로를
꽃 보듯 다정히 대하는 곳
이런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나라에 살고 싶다.
빈부 차이는 있으되
인간성의 가치에는 차등이 없고
슬픔과 괴로움은 있으되
이것들을 더불어 함께 나누는 곳
다툼과 분열은 있으되
화해와 용서도 부족하지 않은 곳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빛의 희망이 넘실대는 나라에 살고 싶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