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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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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시 모음> 정연복의 '개나리꽃' 외

도토리 조회 2,49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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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시 모음> 정연복의 '개나리꽃' 외

+ 개나리꽃

함께 무리 지어
도도한

진노랑
빛의 물결

개나리꽃
덤불 속에 섰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젖어 있던 나  

졸지에
희망의 한복판에 있다.
*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 진달래꽃 하나

꽃샘추위 아직
짓궂은 심술을 부리는데  

너른 산비탈 어디선가
가만히 피어

환한 웃음 짓는
연분홍 진달래꽃 하나.

입이 없어
한마디 말도 못해도

온몸이 작은 불꽃 되어
봄기운 출렁이는 깃발 되어  

겨울의 끝이 다가왔음을
온 산에 알려준다.


+ 목련

목련이 지독한 생명의
몸살을 앓는 것을
며칠을 두고 몰래 지켜보았다

꽃샘추위 속 맨몸의 가지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꽃눈 틔우더니

온몸으로 온 힘으로
서서히 치밀어 올라
이윽고 꽃망울로 맺히더니

송이송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저 여린 생명의
고독하고 치열한 몸짓

목련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목련은
저리도 당당하게 아름답구나


+ 프리지어

봄빛 따스한 길을 따라 걷다
프리지어 한 다발을 샀다

봄의 전령인 듯 당당하면서도
새색시처럼 수줍은 모습의 프리지어

코끝에 번지는 진한 향기에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불현듯
스치는 욕심 하나

이 꽃이야 이렇게 한철
피고 지기에 아름답다지만

당신의 향기에 취하여
그리움에 안달이 나서

이리도 안타깝고도
행복한 이 가슴속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영원하기를!


+ 라일락

봄이 한창인 4월이나
5월 늦봄

가지런히 균형 잡힌  
네 개의 잎

하양이나 연보라, 진보라의
다채로운 빛깔

은은히 짙은 향기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상수.

원래 이름은 참 재밌게도
미스 김 라일락(Miss Kim Lilac)

가지에 빽빽이 달린 꽃봉오리가
오곡 중 하나인 수수 이삭과 닮아
'수수꽃다리'라는 우리말 이름도 있다네.

꽃말은 첫사랑의 아름다운 맹세,  
순결, 혹은 젊은 날의 초상

향이 무척 좋은 나무라는 뜻에서
한자로는 정향(丁香)나무

한방에서 정향나무 꽃봉오리는
가슴앓이와 구토증을 치료하는 약재라네.

모양과 빛깔
쓸모를 두루 갖추고서도

거만 떨지 않는
수수함으로 더욱 다정히 느껴지는  

너의 향기 맡으며
첫사랑 그 시절이 생각난다.


+ 제비꽃

끝없이 너른
봄의 들판에서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나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정말 보고 싶으니까

연보랏빛 내 작은 몸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 거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크고 잘난 다른
봄꽃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나는 올 봄도 한철
기쁘게 살다 갈 것이다.


+ 벚꽃의 열반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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