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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시 모음> 송기원의 '개나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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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시 모음> 송기원의 '개나리' 외

+ 개나리

어디엔가 숨어
너도 앓고 있겠지

사방 가득 어지러운 목숨들이
밤새워 노랗게 터쳐나는데

독종(毒種)의 너라도
차마 버틸 수는 없겠지
(송기원·시인, 1947-)


+ 개나리

(전사들이 다 사라져 적막한 교정에
겨울 지나며 제일 먼저 개나리가 피었다)
사람 같은 사람 하나
만나러
이른 아침 남몰래 깨어
크게 한번 외쳐보는 거다.
그리움 하나로
이 세상이 환해질 때까지
소리 없는 고함 한번 질러보는 거다.  
(최동현·시인)


+ 개나리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시조시인, 1903-1982)
  

+ 개나리

너를 바라보는 동안
너의 맘속을 헤매는 동안
시름 깊어 황달이 져도
포기하진 않겠어

사립문 밖 걸려 있는
저 무언(無言)의 별 무더기들
노랗게 타는 봄볕 아래
저리 눈부신 것을
(마정인·시인)


+ 개나리꽃 피는 봄

개나리꽃 피는
봄이 왔다
노란 꽃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어린 시절이 다가온다

웃음 가득한
개구쟁이 친구들의
보송보송한 얼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개나리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에 있으면
마음속까지 꽃 핀 듯이
벅차 오른다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다
문득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개나리꽃

마을마다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누가 돌아오려나.
꽃길, 小路길로 해서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꽃길 小路길로 해서
누가 돌아오려나.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김명배·시인, 1932-)


+ 개나리

한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러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떼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

몇 날 몇 밤을 그대
눈 흡떠 기다렸을 것이나
어쩔거나
그리운 얼굴 보이지 않으니

4월 하늘
현기증 나는 비수로다
그대 아뜩한 절망의 유혹을 이기고
내가 가리
(김사인·시인, 1956-)


+ 개나리꽃

함께 무리 지어
막강한

진노랑
빛의 물결

개나리꽃
덤불 속에 섰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젖어 있던 나  

졸지에
희망의 한복판에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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