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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 모음> 천상병의 '오월의 신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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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 모음> 천상병의 '오월의 신록' 외  

+ 오월의 신록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오월

모란이 지자
장미가 피어난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꿀벌들은 종일 윙윙대고

알을 낳으려나, 종달새는
보리밭 위에서 애가 탄다

찔레꽃이 광목 홑청처럼
볕 바라기를 하는 들녘

산마루엔 초록 구름
하늘엔 뭉게구름

빨간 자전거
우체부
(임보·시인, 1940-)


+ 오월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구슬, 구슬
(하청호·시인, 1943-))


+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1797-1856)


+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
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
하얀 자스민 흐드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

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
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체코 시인, 1875-1926)


+ 푸른 오월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씬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팥나물 호박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시인, 1911-1957)


+ 5월의 다짐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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