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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시 모음> 정연복의 '물의 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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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시 모음> 정연복의 '물의 길' 외

+ 물의 길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간다

낮은 데서
더 낮은 데로 흘러간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곳에서는

한동안
숨 고르며 머무른다.

내가 찰 만큼 찼다 싶으면
허리띠 얼른 동여매고

다시 또 낮은 데를 찾아
기쁘게 흘러간다.

낮아지니까
끊임없이 낮아지니까

마침내 평화의 바다에
다다른다.

겸손하고도 굳센
물의 길

끝없이 깊이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


+ 물

거만도 없이
비굴함도 없이

겉치레
겸손도 없이

영원 무궁토록
자연의 순리 좇아

그냥 그렇게
제 갈 길 따라

밑으로 밑으로만
흘러가는 물.

옛 성현들이 삼라만상 중에
물을 덕스러움의 으뜸으로 치는 이유

나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 물의 노래

망망대해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좋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아니어도 좋다

수정같이 맑고 고요한
호수는 못 되어도 괜찮다.

비록 한줄기 작은
시냇물밖에 안될지라도

오늘도 내일도
멈춤 없이 흐를 수만 있다면

춤추듯 가벼이
흘러 흘러서 갈 수만 있다면

명랑한 소리를 내며
하루하루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것으로 좋으리
참 기쁘고 행복하리.


+ 물에서 배운다

물은 흘러야 할 때와
머물러야 할 때를 안다

높은 곳에서는 낮은 곳으로
쉼 없이 흐른다

낮은 곳에 한동안
가만히 머물러 있다가

이윽고 넘치면 또 다시
유유히 흘러간다.

사람이 이 땅에서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에도

흘러야 할 때와
머물러야 할 때

움직여야 할 때와
가만히 있어야 할 때가 있음을

물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 물의 힘

몸이 천근 만근
쇳덩이같이 무거워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을 때

기운을 내서 더운물로
잠깐 샤워를 하라

참 신기하게도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온몸의 세포가
싱싱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물의 힘이다.

삶의 희망
가물가물해지고

세상살이 힘들어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

남몰래 한 방울
눈물을 흘려 보라

눈물 너머
새 희망이 손짓하고

다시 한번 힘차게
일어설 용기가 샘솟는다

눈물의 힘이다.


+ 시냇물의 노래

나는 산골짜기나 들에 사는
한줄기 작고 얕은 물

가뭄 들면
잠시 끊기기도 하고

홍수가 나면
잠깐 넘치기도 하며

모자란 듯
넉넉하게 살아갑니다.

지금은 비록
좁고 작은 물줄기이지만

내 품에 나보다 더 작은
물고기들도 기르고

즐거이 노래 부르며
이렇게 쉼 없이 흐르다 보면

너른 강물도 만나고
하늘같은 바다에도 닿으리니

오늘도 졸졸 졸졸졸
희망가를 부르며 흘러갑니다.


+ 시냇물

크고 깊은
바다가 되어

그대의 모든 슬픔과 괴로움
품어줄 순 없어도

나는 그대 가슴속
졸졸 흐르는

한줄기
작은 시냇물 되어

그대의 슬픈 눈물
그대의 괴로운 한숨에

내 몸 내 마음도
함빡 젖으리니

아무리 슬프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날에도

그대 안에
언제나 내가 있음을

잊지 말아요
부디 잊지 말아요

나의 온몸
나의 온 정성으로

그대의 슬픔과 괴로움
멀리멀리 실어 나르리니.


+ 시냇물의 기도

주님!

저는 잔잔한 호수의
평화로움 속에 살기보다는

졸졸 흐르는 한줄기
시냇물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가는 곳이
그 어디인지 알 수 없어도

쉼 없이 머무름 없이
흘러가기를 소망합니다.

보잘것없는 제가 강을 지나
마침내 바다에 이를지 아닐지는

제 작은 머리로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지만

다만 오늘도 제 갈 길을
즐겁게 가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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