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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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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관한 시 모음> 조희선의 '아침, 그대를 맞으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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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관한 시 모음> 조희선의 '아침, 그대를 맞으며' 외


+ 아침, 그대를 맞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싫어
지난날의 어둔 습성으로 아침 창을 여는 건 싫어

살아간다는 건 설렘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인연을 따라 운명을 건져 올리는 황홀한 만남이야
(조희선·시인)


+ 아침

고요에 물든

이마에
  
누군가
소리 없는  
입맞춤
  
꿈인 듯
살며시
눈을 떠보니
  
새벽길
가다 들린
햇살
(하영순·시인)


+ 아침
    
해는
새로 태어나는 꽃의
짧고 다정한 목숨을 위해
촉촉한 화판을 걸레질하고
꽃술의 심지에 불을 지피고
그리고
퀄퀄퀄퀄
부신 색소를 부어주고 있다.
해는
짧고 다정하여 서러운
목숨을 위해.
(문효치·시인, 1943-)


+ 이른 아침 산에 가면





발자국
소리

그 소리마저
줄여야 했다
(최지윤·시인, 1959-)


+ 아침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신혜림·시인, 서울 출생)


+ 새해 아침

새해 첫 아침에 산길을 오른다.
아직 지지 못한 하얀 달이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뒤돌아보면 그 달이 자꾸만 따라온다.
손사래를 쳐도 또 따라온다.
(백수인·시인, 1954-)


+ 아침이슬

절정의 순간에 죽을 수 있어
행복하겠다 그녀  

풀잎은
연둣빛 세상에 대해서만 흥얼거리고
제비꽃은 보랏빛 하늘 올려다보며
작은 날개 파닥이고 있지만
몸 전체가 눈동자인 그녀,
한 세상 가슴에 품은 채
입 다물고 앉아 해 뜰 때 기다린다
(황명강·시인)


+ 아침의 목록 1

덜 깬 꿈의
지느러미가 스쳐 지나간다
남실거리는 금빛 입자들
사방팔방 꼬리를 물고
밋밋한 유리창과 묵묵한 벽
헐벗은 가로수, 허름한 4차선 길
羅針처럼 떨고
멀리 가까이 골목 끝마다
바스락 발소리들 쌓이고
알 듯 말 듯
슬픈 듯 기쁜 듯
내 정든 거리
문득 벅차게 아름다움이여
그림자들이 채
내려오지 않은
짧은 순간.
(황인숙·시인, 1958-)


+ 아침이 오는 소리  

여명(黎明)이 오는 소릴 들어 보셨어요
아침을 여는 그 소리 말예요
때로는 우뢰처럼 크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 없이 오기도 하는
그 열림의 소리...

아직 머물고 있는 어둠 속에서
새벽별이 하는 얘길 들어 보셨어요
밝은 해가 뜨면
자릴 비켜 준다는
그 순응(順應)의 소리...

동녘의 밝음이 다가오는 소릴 들어 보셨어요
하루의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오는
위풍당당한 소리 말예요
오늘의 새로움을 여는
그 희망(希望)의 소리...
(최원정·시인, 1958-)


+ 4월과 아침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네
4월하고도 맑은 햇빛  쏟아지는 아침
(오규원·시인, 1941-2007)


+ 아침 풍경  

눈부신 한 생명을
간절히 염원하다

하늘 문 열어놓고
봄 마중 나갔더니

햇살은
부끄러움에
등 돌리고 앉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가슴을 열어놓고

오롯한
그리움을
살며시 저몄더니

세월은
꼬까옷 입고
성스러운 해탈뿐
(최봉희·시인)


+ 아침 상념

실비가 멎은 후,
아삭이는 햇살이 이제 막
내가 앉은 자리로 내려앉아
詩같은 아침을 만듭니다

펼쳐놓은 조간 신문지와
깎아서 모아놓은, 발톱들의
속 내장이 투명하게 비추어져
앞과 뒤의 삶들이 겹쳐지는
그냥 심심한 아침입니다

그래도 나는요, 내 삶이
수필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질곡 많은 소설보다는
(신석종·시인, 1958-)


+ 아침을 기다리며

삐걱거리는 욕망의 수레바퀴
창문을 흔들어대는 이 밤이 질기다손
아침의 태동소리 막을 수 있으랴

고독한 긴 노숙에서
검은 커튼을 밀치고 일어나
일찍 세수를 마친
동녘 하늘 펼쳐지는 편지를 읽자

그리고 이제 떠나야 한다
구름안개 떨어내며 빛날이 가르는
홍해 바다를 건너가자

갱년기를 앓는 이 계절의 블랙홀을 뛰쳐나와
옷깃 다시 여미고
우린 이제 떠나야 한다
(최봄샘·시인)


+ 아침의 향연

꼬르륵 꼬록  
방울새의 선창에
  
째재잭 짹짹  
참새들은 소프라노

구구구 구구 하는
비둘기의 바리톤
천상의 화음으로
아침이 열린다.

쪽빛 하늘아래 야트막한 뒷동산은
초록물감 칠하느라 분주하고
저 먼 보리밭 이랑에선 금방울소리 울리고,
  
자연이라는 화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화려한 색채로 수채화를 그리고
새들은
환상의 하모니로 향연을 이룬다.
(이임선·시인)


+ 새 아침

낮과 밤
어지러운 세상
긴 터널, 어둠 속
헤어나지 못할 세계
수 차례 왕복하다
너 자신을 잊어버릴지 모른다

동트는 밝은 아침
아름다운 마음
좋은 생각으로
늘 깨어 너를 지켜라

안식할 수 있는 밤과
희망의 새 아침이 있어 좋다

아침의 생각은 맑고 깨끗하여
네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
(염정화·시인)


+ 아침 해

힘차게
솟는 너
누가 막으랴
온 누리 너의 정기 뻗어 나는 걸

뜨겁게
달군 너
누가 식히랴
차가운 대지 위에 번져 가는 걸

억세게
달린 너
누가 잡으랴
머언 날의 꿈을 찾아 달려가는 걸
(유응교·시인)


+ 산골 아침  

어디선가 산새 울음이 들린다.
산이 밤을 세고
시든 잎들이 윤기가 난다

풋풋한 풀냄새
이름 모를 풀꽃들
아~ 자연은
이렇듯 아름답구나.
산길을 지나 작은 호수엔
부지런한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다.
숨을 죽이고
물위에 뜬 찌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세상 그 어지러운 삶을 다 잊고

호수엔 하늘도 있고
호수엔 산이 있고
물가에 앉은 강태공도 있다
(박상희·시인, 1953-)


+ 아침
      
지금
싱싱한 아침에
내가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은
창문을 활짝 여는 일

앞뜰의 꽃송이와
이슬방울에 매달린 우리의 언어가 같아
우리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일

지친 나래를 손질하고
녹슨 문고리를 닦아
저 하늘 광활한 사위에
은은히 채울
노래가 되는 일

지금
돋아오는 햇살 아래서
내가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은
끝날까지
서로의 허물을
덮으며 살자는
이야기.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 어느 날, 아침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어김없이 다가와
무작정 다그치는 모닝콜

더께더께 붙은 눈꺼풀의 잠
힘겹게 털어내고
흑미 넣은 쌀 씻으며
새로운 아침을 연다

엊저녁 한 잔 하고 온
그를 위해
마른 통북어 두드려
포슬포슬 노란 속살 찢다보면
칙칙칙 춘천 가는 기차소리 내며
뜸 들어가는 밥냄새

"이젠, 그만 일어나세요"

묵묵히
북어국에 밥 말아
총각김치 얹어 한 그릇 비우곤

동트는 아침, 기꺼이 맞으며
일터로 향해 걷는 그 어깨에
나의 무게는 얼마큼 차지할는지,
저녁에 들어오면 등이라도 긁어줄까
(최원정·시인, 1958-)


+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에 눈을 뜨면
날마다 하나님은 대문 앞에 서서
어둠의 빗장을 여시고
금빛 세마포 눈부신 모습으로
당신의 하루를 수놓으신다.

그 고운 빛은
풀잎이슬처럼 맑고 영롱하여
당신의 숨결을 느끼는 이마다
선하고 아름다운 품성으로 변화 받아
희망의 하루를 열어젖힌다.

빛과 같이 밝은 마음으로
빛과 같이 참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한 미소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동그랗고 부드러운 지구를 만든다.

누구에게나 다정히 손 내밀며
위로하고 축복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네가 있어서 주위가 환해지고
네가 있음으로 행복이 넘치는 세상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감히 우리의 작은 시야로는
바라볼 수조차 없는 빛의 하나님
그 안에 거하는 우리
새벽이슬 같은 순실함으로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전령사
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탁정순·시인, 강원도 양양 출생)


+ 아침
  
아침은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天上에서 내리는 햇빛이
새날의 커튼을 올리고
地上은 恩寵에 눈 뜨는 時間,
아침은
飛躍의 나래를 준비하는
저, 神들의 金管樂器,
경쾌한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나누는 人事,
반짝이는 눈빛,
어두운 山河를 건너서
바람 부는 들녘을 날아서
너는
太初의 축복으로
내 손을 잡는다.
아아, 그것은 하나의 작은 歷史,
人間은 누구나 자신의 歷史를 創造한다.
부신 햇빛으로 터지는 喊聲,
아침이 오는 길목은
地上의 恩寵이 눈뜨는 時間,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어머니는 朝餐을 준비하고,
薔薇는 봉오리를 터친다.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나누는 目禮,
아아, 너와 내가 엮어 가야 할
無言의 約束.
(오세영·시인, 1942-)


+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함지박 가득 퍼올리는 샘물을 드리오니
그대,
이 물 마시거들랑 내내 상쾌한 하루가 되시옵기를.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
낯선 이에게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건네도
하나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은 매일 봄직한
나무와 새와 풀꽃들이 새로워 자꾸만 길섶에서 머뭇거립니다.

미루나무에 걸린 햇살과 눈빛인사도 나누었죠.

길 건너 정자나무와도 악수를 합니다.
여전히 푸르고 넉넉한 자태는 날 미소짓게 합니다.

오늘은 내 안에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고
뽀드득 뽀드득 창을 닦아 진종일 열어두겠습니다.
그래서 왠지 기분 좋은 일들이, 반가운 소식들이 날아와
오늘 하루를 빛내주리라.  예감해 봅니다.

그리하여,
나를 화나게 한 사람
나를 애태운 사람
나를 분노케 한 사람
절대 용서치 않으리라고 맹세한 이 까지도 용서로 화답하고
생채기마다 새살이 돋아 좋은 생각만 품어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래봅니다.

그대도 오늘을 감사하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오순화·시인)


+ 커피 향으로 행복한 아침

원두커피의 향이
천천히 방안에 내려앉는 아침은
평안한 마음이어서 좋습니다.

헤이즐럿의 오묘함과
맛있는 블루마운틴의 조화로운 향기는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마저 감동시키고

가끔씩 호흡을 쉬어 긴장케 하는
커피메이트의 맥박소리는
기다림을 설렘으로 유도합니다.

핸드밀로 가루를 더 곱게 만듦은
커피를 쓰고 떫게 만들어
마실 때 나만의 욕심과 교만을 깨닫기 위함인데,

한 모금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면
커피 향의 살가운 속삭임이 호흡으로 전해져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이 행복함.

아!
어떻게 미운 마음을 가질 수 있으랴?
따스함과 함께 온 쓴맛이 나중에 내겐 단맛인 것을,

커피 향기가 입안에서 긴 여운으로 남아 있는 이 아침은
어제는 어려웠지만 내일은 반드시 좋은 날이 오는
행복한 오늘의 시작입니다.
(오광수·시인, 1953-)


+ 아침

새벽의 보드러운 촉감이 이슬 어린 창문을 두드린다.
아우야 남향의 침실문을 열어제치라.
어젯밤 자리에 누워 헤이던 별은 사라지고
선명한 물결 위에 아폴로의 이마는 찬란한 반원을 그렸다.

꿈을 꾸는 두 형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얼싸안고 바라보는 푸른 해변은 어여쁘구나.
배를 쑥 내민 욕심 많은 풍선이 지나가고
하늘의 젊은 퓨리탄―동방의 새 아기를 보려고 떠난 저 구름들이
바다 건너 푸른 섬에서 황혼의 상복을 벗어버리고 순례의 흰옷을 훨훨 날리며 푸른 수평선을 넘어올 때
어느덧 물새들이 일어나 먼 섬에까지 경주를 시작하노라.

아우야 얼마나 훌륭한 아침이냐.
우리들의 꿈보다는 더 아름다운 아침이 아니냐.
어서 바다를 향하여 기운찬 돌을 던져라.
우리들이 저 푸른 해안으로 뛰어갈 아침이란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아침

새벽비가 늙은 감나무 잎사귀 하나하나를
다 씻어놓으니
감나무는 잎사귀, 잎사귀 제 귀마다에
햇살에 말갛게 헹군 첫 꾀꼬리소리를
가득 -
한가득 쟁여 넣는지
잎사귀 그 둥근 귓바퀴에
무슨 보석 귀걸이인 듯 이슬방울이 찰랑찰랑하다
이제 늙은 감나무는 열예닐곱 청춘처럼
어디 뵈지도 않는 꾀꼬리소리와 머언 먼 태양에게도
푸른 손을 흔들어 뵈는데
저들의 수작에 어쩌자고 나는 끌어들여서
늙은 감나무 잎사귀를 다 채우고도 그대로 남은
저 햇빛 범벅 푸른 우주의 음률을 내 두 귀 가득 채우는가
내 뇌혈관 맑은 실핏줄까지가 아릿하고 또 말갛게 틔어오는데
그 바람에
여보, 뭐해 찌개가 졸아서 다 타잖아
어쩌고저쩌고
이른 아침 듣는 아내의 지청구도 꾀꼬리 소리만 같았다
(복효근·시인, 196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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