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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시 모음> 정연복의 '삶의 선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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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시 모음> 정연복의 '삶의 선생' 외

+ 삶의 선생

배움은 책 속에만
가르침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인품이 훌륭하고
지식이 많아야만 선생이 아니다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삶의 선생이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산
우직함의 깊은 멋을 가르쳐 준다

늘 아래로만 흐르는 물
낮아짐의 겸손을 가르쳐 준다

피고 지는 꽃
삶의 무상함을 가르쳐 준다

소나기 뒤의 무지개
절망 너머 희망을 가르쳐 준다

등짐 지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개미
삶의 성실함을 가르쳐 준다.

삶의 주변 사물이
말없이 가르치는 것들

우리는 그 소중한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야 하겠다.


+ 꽃 스승

바람에 흔들리는
노랑 들꽃 몇 송이를 보았다.

흔들리면서도
가느다란 몸 흔들리면서도

쓰러지기는커녕
환히 웃고 있는 꽃.

아기손톱만큼이나 되나
저리도 작은 것이

바람의 춤을 추며
태연자약하게 웃고 있다니!

요즈음 삶이 힘들어
자꾸만 마음 약해지려 하는

나에게 꽃은 인생살이의
한 수 톡톡히 가르쳐 준다.

바람 불어와도
겁먹거나 움츠려들지 말라

가볍게 흔들려 주며
즐거이 춤춰라

그러면 바람은
한층 견딜 만하다고.


+ 이름 없는 들꽃 한 송이로

어느 작은 섬 마을
이름 없는 선생이 되고 싶었지

쪽빛 바다같이 맑은 영혼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푸른 하늘 올려다보며
그냥 동심(童心)으로 살았으면 했지.

누구라도 사람은 섬같이 작고
외로운 존재!

세상에 이름 떨치고픈
욕심은 참 허망한 것

이름 없는 들꽃 한 송이로
살다 가면 그뿐인 것을.

이제는 아스라이 멀어진 듯
아직도 맘속 살아 있는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했던

내 젊은 날의
그리운 꿈.


+ 안과 선생님

내 친구는
안과(眼科) 선생님이다

집 가까운 병원에 출근할 때도
등산복을 즐겨 입어

겉보기에는
전혀 의사 선생님 같지가 않다

술자리나 모임에서 사람들이
눈 아픈 것에 대해 물어도
'괜찮아' '괜찮아'라는 어투로
대답해 주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가끔은
돌팔이 같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가까운 벗들이
아들딸까지 데리고 종종
친구 병원을 찾아가는 걸 보면
명의(名醫)가 틀림없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이슬같이 맑은 눈빛 가진

내 친구는 아무래도
안과가 딱 안성맞춤이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눈을 환히 밝히고 있을

마음은 밑 모를 바다 같고
인품은 말없이 향긋한 꽃 같은  

안과 선생님
내 친구가 문득 그립다.


+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 교사 퇴임 축시

세상 풍경도 바꾸어 놓는다는
십 년의 세월

그런 십 년을
세 번이나 지나고서도

두 해를 더 보탠
그 오랜 시간 속에  

말없이 당신께서 흘리셨을
수많은 땀방울을 생각합니다.

세상 명예를 탐하지 않고
묵묵히 교직의 한 길을 걸어오신

당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스란히 사랑의 역사입니다.

동심(童心)의 아이들과
함께 나눈 숱한 기쁨과 아픔 속에    

어쩌면 당신께선
삶의 진실에 가 닿았을 테지요.

당신과 인연 맺었던
코흘리개 아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선생님'으로 살아 있을
참 아름답고 복된 당신,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우리의 삶도 사랑도
한 치는 키가 자랄 것입니다.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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