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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특집 시 모음> 이광웅의 '목숨을 걸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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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스승의 날 특집 시 모음> 이광웅의 '목숨을 걸고' 외  

+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광웅·교사 시인, 1940-1992)


+ 선생님은

선생님은 학생들 마음에
색깔을 칠하고 생각의 길잡이가 되고
학생들과 함께 성취하고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길을 밝혀 젊은이들을 인도하며
지식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일깨웁니다.
당신이 가르치고 미소지을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밝아집니다.
시인, 철학자, 왕의 탄생은 선생님과
그가 가르치는 지혜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케빈 윌리엄 허프·교사 아내를 둔 미국의 웹디자이너)


+ 스승의 마음

제자 꾸지람한 오늘
많이 야단친 오늘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이 언짢습니다

올바른 길 가라고
생각하며 살라고
바로 서길 바라며 나무랐지만

행여 상함 입었을까
맘 쓰입니다
깨달음 가졌을까
염려됩니다

그래도 마음은 가볍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꾸짖어 주고
사랑하는 맘으로 일러줬기에

할 일 한 것 같아 흐뭇합니다
할 도리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보영·시인, 충북 옥천 출생)


+ 담임 선생

아침에 출석부 들고 교실에 들어서면
인상 쓸 일 수두룩하다
앉아라 줄 맞춰라 휴지 좀 주워라
수희 나영이 또 지각이구나
이슬인 오늘도 결석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째려보고
전달사항 몇 개 툭 던져두고 나오면
아이들 몇 명 쭐래쭐래 따라 나오며
선생님 오늘 야자 빠져야 해요
치과 가야 해요 생리통이 심해요
학원 보충 있어요 엄마 생신이에요
알았어 알았어 점심시간에 내려와
교직 이십년 의욕도 열정도 시들해진 담임 생활
올해 애들은 유난히 천방지축이야 투덜대지만
생각해보면 마음으로 미운 놈 하나 없다
작년 처음 만나 일주일에 두어 시간 수업할 땐
저기 몇 놈들 정말 고운 구석 없이 밉상이더니
담임 맡은 올해 사흘 걸러 지각하고 결석하는 놈도
온 교실 제멋대로 어지르고 다니는 놈도
수업시간 꾸벅꾸벅 잠만 자는 놈도
곁에 와서 뭐라 뭐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마음 풀어진다 잔소리하다가도 픽, 웃음 나온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그 녀석들
지각하고 결석하고 농땡이 칠 만한 딱하고 아픈 사정
모르는 척 쌀쌀하게 나무랄 수만 없다
아이들 처음 만나면 그놈이 그놈 같이 보이다가
차츰 얼굴 보이고 수업 태도 성적도 따지다가
한 일년 아침저녁으로 부대끼다 보면
몇 겹의 옷 안에 가렸던 본디 맨살 드러난다
멀고 아련한 풍경 아니다 사랑은
풀썩이는 먼지 마시며 동거하는 일이다
(조향미·교사 시인, 1961-)


+ 시인 윤동주를 기리며

당신은 외롭고 슬프게 떠났지만
시의 혹은 영원히 살아서
갈수록 더 밝고 고운 빛을 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던 당신은
종족과 이념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이들을
다정한 친구로 만드는 별이 되셨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재촉하는 2월의 바람이 되셨습니다
모국에 남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단 한 권의 시집만으로도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끝없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시를 읽는 이들의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부활하는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스승이며
잊을 수 없는 애인입니다
고통의 어둠과 눈물 속에도
삶을 사랑하는 법을, 맑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희망의 별이 되어주세요
당신을 닮은 선한 눈빛의
시인이 되는 꿈을 꾸는 우리에게
오늘은 하늘에 계신 당신이
손 흔들며 웃고 있네요
성자의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네요.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스승의 기도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갯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도종환·시인, 1954-)


+ 삶의 선생

배움은 책 속에만
가르침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인품이 훌륭하고
지식이 많아야만 선생이 아니다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삶의 선생이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산
우직함의 깊은 멋을 가르쳐 준다

늘 아래로만 흐르는 물
낮아짐의 겸손을 가르쳐 준다

피고 지는 꽃
삶의 무상함을 가르쳐 준다

소나기 뒤의 무지개
절망 너머 희망을 가르쳐 준다

등짐 지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개미
삶의 성실함을 가르쳐 준다.

삶의 주변 사물이
말없이 가르치는 것들

우리는 그 소중한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야 하겠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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