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시 모음> 정연복의 '희망의 출처' 외
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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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시 모음> 정연복의 '희망의 출처' 외
+ 희망의 출처
희망은 하늘에서
오는 게 아니다
희망은 바닥으로부터
눈물겹게 온다
언 땅을 뚫고
기어코 피어나는 민들레같이.
절망이 깊어져서
마침내 바닥을 쳤을 때
그래서 절망이
더 이상 절망이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에
희망의 빛이 비쳐온다.
+ 희망
어둠이 깊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칠흑 암흑이다
절망이다.
어둠이 깊어 깊어져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다
어둠의 끝이다
희망이다.
영영 가버린 줄 알았던
새 아침
어둠 너머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다.
+ 초록 희망
너만 있으면
너만 내 곁에 있으면
안심이야
절망하지 않을래.
산들바람에 춤추는
초록 이파리
비바람 앞에서도 의연한
초록 풀 하나만 있어도
절망은 너무 일러
희망이 아직 남아 있는 거야.
저기 초록 들판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절망은 없어
오직 희망만이 있는 거야.
+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티없이 맑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속상한 일 너무 많다고
눈물 보이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의 시련과 괴로움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없는 것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아래 아래서
자꾸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 처음에는
저 우람한 나무도
처음에는 한 알의 씨앗이었겠지
저 넓은 바다도
처음에는 작은 옹달샘이었겠지
저 광활한 백사장도
처음에는 작은 모래톱이었겠지
저 너른 논밭도
처음에는 좁은 텃밭이었겠지.
아직은 나
작고 볼품없는 존재이지만
기죽지 말자
부끄러워하지 말자
생의 날갯짓
결코 멈추지 말고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만 가자.
+ 꽃잎의 말씀
얘야,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지?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힘차게 즐겁게 살렴.
가냘픈 몸을 가진 나도
한철 웃으며 살다 가는데
나보다 더 강한 몸을 가진 너는
더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슬픔이든 불행이든
안으로 가만히 삭이다보면
환한 기쁨과 웃음의 꽃 한 송이
눈부시게 피어날 거야.
나처럼!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